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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겨울 이길 때 나이테 생기듯 시련 뒤 꽃이 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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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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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한 그루다. 40명이 그걸 바라보면 40개의 다른 소나무가 보인다.”

24일 서울 인사동에서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의 주지 금강(사진)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현대적이고 실질적인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통하는 사찰’을 가꾼 걸로 유명하다. 현대인을 대상으로 한 7박8일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는 지난 2월 100회를 돌파했다. 그동안 스님이 직접 1대 1 마음상담을 했던 이들만 무려 2000명이 넘는다. 울고웃는 세상사의 온갖 사연을 다 들은 셈이다.

금강 스님은 “나도 소나무를 참 좋아했다. 강원에서 행자 생활을 할 때 ‘깊은 골짜기 푸른 소나무 있는 곳에 수행자는 거해야 한다’는 시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후부터 소나무를 찾았다. 선방에서 짬을 내 포행할 때도 소나무 아래 앉아 있곤 했다. 소나무가 많으면 그 산이 참 좋고, 소나무가 없으면 왠지 싱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스님의 ‘소나무 사랑’은 선방에서 좌선하다가 무너졌다. “선방에서 같이 한철(동안거나 하안거 3개월)을 살면서도 내가 부러워하는 스님이 있고, 내가 피하고 싶은 스님이 있더라. 나도 모르게 말투와 행동이 그렇게 나오더라. 좌선하다가 그걸 깨달았는데,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금강 스님은 그 대목을 깊이 들여다봤다. “그제야 알겠더라. 저 스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생생하더라. 그렇게 나의 입장과 나의 시각이 떨어져 나갔다.” 놀라운 건 그 다음 대목이다. “그 후에 숲에 갔더니 많은 게 눈에 들어왔다. 소나무 외에도 숲에는 온갖 나무가 있더라. 그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산사의 수행담을 담은 금강스님 저서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산사에서 마주친 일상의 깨달음들이다. 스님은 그걸 차곡차곡 쌓아서 7년 만에 책을 냈다. 제목은 『물 흐르고 꽃은 피네』(불광출판사). 금강 스님은 “수류화개(水流花開)다. 물이 흐른다는 건 매순간 살아있다는 의미다. 그럼 꽃이 피는 건 뭘까. 사람들은 겨울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나무는 겨울을 이길 때 비로소 나이테가 생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시련을 이겨낼 때 꽃이 핀다”며 깨침의 한토막을 전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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