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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유럽 리스크, 佛 대신 伊…경제난에 정정불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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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렉시트' 리스크 해소되자마자 이탈리아 리스크 초점]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우려가 가시자 유럽 리스크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이탈리아로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 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일단 시장의 '프렉시트'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프렉시트는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한다.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시장에선 프렉시트를 주장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의 선전을 경계해왔다.

다행히 이번 투표에서 르펜은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에게 밀렸다. 둘이 다음달 7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 됐지만 마크롱이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은 결선에서 60% 수준의 득표율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24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프랑스 국채, 유로화도 뚜렷한 강세를 나타냈다. 프랑스 대선이 유럽의 통합체제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서다. EU 체제는 이미 영국의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위기에 처한 상태다. 프랑스마저 프렉시트를 들고 나서면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셈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르펜의 급부상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대비 태세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안도감에 이탈리아 금융시장도 환호했다. 이탈리아 증시 대표지수인 FTSE MIB지수는 이날 오전에만 4% 넘게 올랐고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월간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채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프렉시트 리스크가 줄고 유럽의 경제회복세가 강해지면서 프랑스 증시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과 이탈리아 자산도 득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이탈리아 은행 부실채권 비율 추이(단위: %)/그래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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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프랑스의 정치 리스크가 미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이탈리아 경제의 장기 전망을 비관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과이어 투자전략가는 이탈리아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130%에 이르고 은행권은 부실자산 등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세는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일본,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역내에서 가장 낮은 0.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그동안 유럽중앙은행(ECB)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ECB는 양적완화를 비롯한 경기부양책을 곧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정불안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개혁파인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사임한 가운데 반유로 정당인 '오성운동'이 세를 불렸다.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퍼진 이유다. 이탈리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총선을 치를 예정인데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성운동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주말 이탈리아 리스크에 대응해 이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두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투기·정크) 등급이 된다. 피치는 이탈리아의 미약한 성장세와 재정적자, 채무 등을 문제 삼았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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