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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프로 힐러 옥상달빛의 ‘청년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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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월월월금>으로 신곡 ‘인턴’ ‘연애상담’ 발표한 옥상달빛 인터뷰



한겨레

김윤주(왼쪽)와 박세진으로 구성된 ‘프로 힐러’ 옥상달빛.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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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앨범이 나와서 신나고 기분 좋아요.”(김윤주) “두 곡 다 좋아하는 곡이라서 더 그래요.”(박세진) 지난 19일 오후에 만난 ‘옥상달빛’은 “기분 좋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날씨도 좋고 바쁜 것도 좋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다. 화장이 잘 안 받는 건 좀 그렇겠지만.

동갑내기 김윤주(기타·건반·보컬)와 박세진(멜로디언·보컬)으로 이루어진 여성 듀오 옥상달빛은 이 밝은 기운으로 ‘파이팅’을 외쳐왔다. 2010년 미니앨범의 ‘옥상달빛’이 드라마 <파스타>에 수록되어 이름을 알렸고, 2011년 1집 <28>의 ‘수고했어, 오늘도’가 모 음료 광고에 삽입되고 직장인들의 ‘국민 퇴근송’으로 불리는 등 ‘프로 힐러’로 활약해왔다.

지난 6일 음원이 발매된 <월월월월금>의 두 곡도 밝은 ‘뿅뿅’ 소리와 맑은 목소리가 힘을 북돋운다. 그런데 예전과는 조금 위치가 달라졌다. “언니들이 하는 이야기로 꾸몄어요.”(김윤주) 둘은 한 사람인 양 자연스럽게 주거니 받거니 대답을 이어갔다. “‘힘내요’ 해도 힘이 안 나는 시대잖아요. ‘잘될 거야’라고 무턱대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을 먼저 한 ‘나도 그렇다’라고 말하는 걸 ‘인턴’에 담았고요.”(김윤주) “파릇파릇한 친구들한테 ‘연애해보니 이렇더라’ ‘연애에 좋은 팁이 있다고 전해주는 게 ‘연애상담’이에요.”(박세진) ‘인턴’은 곡을 먼저 만든 뒤에 나중에 제목을 붙였다. 그러고 나니 ‘매일 월요일’인 ‘인턴’과, 왔나 싶었는데 금세 가버리는 금요일·주말이 배경인 ‘연애상담’이 합쳐져 싱글 앨범의 제목 <월월월월금>이 되었다.

2015년의 싱글 앨범 <희한한 시대>에서는 동시대를 조금 더 아프게 그렸다. ‘마지막 저금통장에 들어 있는 19만원을 들고서 나는 어디로 갈까’(‘희한한 시대’),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곡 제목). “전세를 구하고, 마음이 아픈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가 우울한 시대의 상을 어쩔 수 없이 체감”했기에 나온 곡이다. 이번 노래가 밝아진 건 시대상일까? “촛불집회 다니기 전에 만든 곡이에요. 지인이 (<희한한 시대>가) 인대를 다친 사람한테 운동하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음악을 듣는 시간도 적고 힘들 때 음악을 들을 텐데 기분 좋게 들었으면 해서요.”(박세진)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은 ‘투표’로 결정했다. ‘힘들당’ 소속의 김윤주는 1번 ‘인턴’, ‘쏠로당’ 소속의 박세진은 2번 ‘연애상담’을 들고 선거에 나섰다. 3월말부터 4월초 모두 6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말 고마워서 갑니다’(정고갑) 공연이 유세장이었다. 투표함은 4일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개표했다. “아무나 선거에 나가는 거 아니구나 생각했어요.”(김윤주) ‘인턴’이 ‘당선’된 다음날 옥상달빛(원래는 김윤주 혼자 해야 되는 거지만)은 대전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네 군데에 커피 배달을 했다. “공연에서도 공약 발표 때가 반응이 제일 좋아요. 그렇다고 무리한 공약을 내걸면 안 되죠.”(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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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월월월금> 커버 이미지.


데뷔 시절 마포라디오의 ‘옥탑라됴’(데뷔 미니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부터 오랫동안 라디오 고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입담을 발휘해왔다. “예전에 비해 고민 의뢰자들이 나이가 점점 적어져요.”(김윤주) 그들도 변했다. “예전에는 ‘좋아하니까 해야죠’ 바로 말했는데, 이제는 현실을 반영하게 되네요. ‘회사를 그만두세요’ 할 때도 전제를 깔아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젊은이들과 ‘대민 접촉’을 해왔으니 지금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라고 싶은 청년 공약도 있을 법하다. “청년들의 취업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김윤주), “계약직을 어떻게 하고 싶다.”(박세진) 앞다퉈 말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부당하게 차별을 받는다는 게 서글프다고 해야 되나. 2년 끝나도 정규직 전환에 희망이 없어요. 심지어 계약직에도 급이 있어서 ‘계약직 카스트’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 단어가 생겼다는 게 소름 끼쳐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땐데….”(박세진) 박세진은 “이번에 선거기간이 짧다. 빠른 시일 내에 열심히 공부해서 투표장에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고갑’은 서울 특별편이 하나 남았다. 30일 저녁 6시 동대문이 내려다보이는 ‘상생장’ 옥상.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옥상달빛’의 주목할 만한 노래



“죽지 못해 사는 오늘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땅바닥 지렁이 같은 걸”(‘하드코어 인생아’, 2010)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 게 없다네 난 정말 괜찮아요”(‘없는 게 메리트’, 2011)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수고했어, 오늘도’, 2011)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 거야 마지막 저금통장에 들어 있는 19만원을 들고서 나는 어디로 갈까 울지마 어쩔 수 없다고 울지마 네가 잠자코 있었으니까”(‘희한한 시대’, 2015)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2015)

“불안해 하지마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사실 불안해 어디로 가는지 여기가 맞는지 여전히 우리는 모르지”(‘인턴’, 2017)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연애해도 외로워 언니가 경험했던 일이야”(‘연애상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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