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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인천 동구청, 주민이 설치한 놀이시설 기습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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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터에 예술인·주민·아이들이 조성한 시설

주민들 “원상 복구 안 되면 구청장 퇴진 운동”

동구청 “시유지에 불법 설치한 시설이라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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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배다리 주민들이 24일 동구청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들고 놀이시설 기습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배다리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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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청이 주민들이 조성한 배다리 생태놀이시설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생태놀이시설을 조성한 주민과 예술인 30여명은 24일 동구청 앞에서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10년간 꾸민 생태놀이터를 구청장이 잘 보호하지 못할망정 직원들을 시켜 기습적으로 철거한 것은 주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구청장의 사과와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동구청 직원 20여명은 지난 21일 오전 9시부터 인천시 동구 배다리 마을 생태놀이 숲에 있던 놀이시설물을 철거하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철수했다. 이어 동구청은 인적이 드문 22일 새벽 1시에 나머지 시설물을 철거했다. 배다리마을 생태놀이숲은 지역 문화예술인 집단 ‘스페이스 빔’이 지난해 ‘꿈꾸는 놀이동산’이라는 제목으로 조성했다. 이 조성 과정에는 배다리 생태마을공동체의 프로그램에 따라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 아이들이 참여했다.

애초 이 곳은 인천의 남북을 잇는 도로를 내기 위해 2006년 배다리마을 중간의 주택지를 철거한 곳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발해 이 남북 도로가 지하로로 바뀌면서 공터로 남았다. 마을 주민들은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10여년간 ‘자연’과 ‘생명’, ‘공동체’ 등주제로 새로운 도시와 도시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실험을 이어왔다. 지난해엔 아이들의 모험심을 유발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며 자연 생태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시도를 했다. 이에 따라 모래놀이터, 오르내림틀, 외나무다리, 해먹 평상, 나무계단, 사각 시소, 징검다리, 기우뚱 다리, 짝꿍 벤치, 넝쿨 터널, 놀이 벤치 등 10여 개의 놀이시설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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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인천 동구청 직원들이 배다리마을 생태놀이시설을 철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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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배다리 주민들과 아이들, 예술인들이 놀이시설이 철거된 현장에서 ‘놀이시설을 돌려 주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동구청에 항의하고 있다. 배다리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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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마을 생태숲에 설치된 놀이시설이 철거되기 전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배다리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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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구청에서 기습 철거한 생태놀이시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 산실 지원사업’의 일부로 작가와 전문가와 함께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원상 복구가 안 되면 구청장 퇴진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생태놀이숲은 시유지로 이 지역의 모든 놀이시설물은 구와 협의 없이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다. 불법 시설물을 적법하게 철거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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