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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줌인]최악은 면한 佛대선…`중도` 마크롱이냐 `극우` 르펜이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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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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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에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여전히 프랑스가 친(親)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주의를 고수할지 고립주의와 포퓰리즘,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할지는 안갯속이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1차 투표 공식 결과에 따르면 개표가 98% 진행된 상황에서 마크롱이 23.82%, 르펜이 21.58%를 득표해 근소한 격차로 1, 2위를 차지해 결선진출을 확정지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19.96%, 급진좌파 진영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은 19.49%에 그쳐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대선 전 여론조사 및 출구조사와 비슷한 결과로 이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달 7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지게 된다.

◇중도좌파와 극우간 맞대결…최악은 면했지만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였던 극우 르펜과 극좌 멜랑숑이 결선에서 맞붙는 상황은 오지 않았다.르펜과 멜랑숑은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두 후보는 금융시장과 시장주의적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적대감이 강해 유럽 금융시장은 이들이 맞붙게 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해왔다. 마크롱이 1위를 했다는 소식에 유로존 정치 불확실성이 낮아져 이날 장중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 뛰며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번 선거는 대선 직전까지 끊이지 않았던 테러 위협 때문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치러졌던 프랑스의 첫 대통령 선거였다. 또 대통령제를 도입한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하지 않은 선거이기도 했다. 극우에서부터 극좌까지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총 열한 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결선서 마크롱 압승 전망…프렉시트 우려 덜어

현재로써는 르펜이 마크롱과 결선투표에 진출해 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도와 극우가 맞붙게 되면 프랑스 유권자들은 중도를 선택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전날 저녁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금 당장 결선이 실시될 경우 마크롱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62~64%로 르펜(36~38%)을 압도했다. 결선진출에 실패한 대선 후보들과 주요 정치인들도 극우세력 집권을 막기 위해 잇따라 결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피용은 출구조사 직후 패배를 인정한 뒤 마크롱 지지를 밝혔고, 집권 사회당의 대선후보 브누아 아몽도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르펜이 당선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브렉시트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르펜이 프랑스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유로화 가치가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UBS는 프렉시트가 그리스 부채위기보다 시장에 다섯 배나 큰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프렉시트는 EU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단일시장을 만들고, 유로화를 출범시켜 지금껏 유럽연합을 이끌어온 쌍두마차인데 그런 프랑스가 탈퇴하면 EU나 유로화는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이었던 EU의 미래가 걸려있어 프랑스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오바마·메르켈 -마크롱 vs 트럼프 -르펜 응원

이번 대선에서는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프랑스 대선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 중 마크롱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에게 “(결선까지) 남은 두 주 동안 행운을 빈다”며 그의 결선 진출은 “강한 EU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일 마크롱과 전화를 통해 정치적 조언을 하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르펜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성향이 투영된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프랑스 대선이 두 사람의 ‘대리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선거를 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지도자들의 이례적인 발언은 세계 정치권이 세계화와 반 세계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관련국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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