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10년 간 산양삼 키웠는데 보상이 고작…개발 우선 `공용수용`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년 동안 키운 25억원어치 산양삼 보상금이 8000만원이라니 말이 됩니까!"

요즘 충북 충주시청 앞 광장에서는 두 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안관준(58) 씨 부부가 시위 중이다. 이들은 13만7000여㎡에 산양삼을 재배하다 2014년 충주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사업으로 토지를 강제 수용당했다.

안 씨는 투자비 13억원과 상품 가치 등을 고려하면 보상금액이 25억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감정평가 결과는 8090여만원이었다.

협의가 결렬돼 충북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裁決) 신청을 했지만 보상액은 바뀌지 않았다. 안 씨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안 씨의 상고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익 목적의 대규모 개발 사업 때 이뤄지는 공용수용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용수용이란 공공의 목적을 위해 토지 등 개인 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하는 제도다.

강제 철거 과정에서 6명이 숨진 2009년 용산 참사, 보상 불만에서 비롯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용수용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각종 공익사업에서 수용 재결 6903건, 이의 재결 5502건 등 1만2405건의 토지가 토지주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 매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결은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결렬될 경우 강제 매수를 위해 하는 행정 행위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따르면 2012∼2016년 1만2405건의 토지 수용 중 사업 인정 절차를 거친 건수는 0.4%(5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승인이나 인허가 취득으로 번거로운 사업 인정 절차를 대체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승인, 인허가 주체가 곧 사업 시행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해 공익성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철저한 공익성 검증 없이 추진하다 취소해 매몰 비용만 1조원으로 추정되는 용산 개발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2011∼2013년 산업단지로 지정됐다 해제된 면적은 1230만㎡에 달했다.

저가 보상에 따른 이주민 생활 기반 상실은 당사자의 박탈감과 사회적 불만을 증가시켜 극단적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물 소유자에게는 과다 보상, 세입자는 과소 보상이 이뤄지는 일도 허다하다. 반면 세입자 주거 이전비는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 4개월분으로 정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공수용제 부작용을 극복해 갈등을 줄이려면 개발 우선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업 인정 의제 대폭 축소, 사업 시행자와 사업 인정 의제 처분자 분리, 수용 재결 단계 공익성 검증 강화, 보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