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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상반기 삼성 독무대 예고속 하반기 애플 반격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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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맞수 삼성·애플 전략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8 시리즈가 국내 예약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 속에 큰 이변이 없다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갤럭시S8을 발판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스마트폰 판매 1위도 이미 예약한 상태다.

상반기가 삼성의 독무대라면 하반기는 애플의 반격이 이뤄지는 시기다. 올해 하반기 애플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벌써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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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8.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쌍두마차다. 영업이익 면에서는 스마트폰 시장 형성 이래 애플이 줄곧 1위로 독주해 왔고,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어떻게 두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혁신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애플의 강점으로 꼽는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사후 애플의 혁신이 멈췄다는 비판도 있지만, 애플의 브랜드 파워와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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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체 생태계를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뛰어난 하드웨어 제조 기술이 있다. 과거 삼성전자는 기술이나 디자인에서 애플을 뒤쫓는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에지 디자인, 홍채인식, 인공지능(AI) 기술 ‘빅스비’ 등을 선보이며 삼성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김태현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애플은 생각만큼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은 아니다”며 “존재하던 기술을 소비자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후 위험을 무릅쓰고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지만 옴니아 시리즈가 실패하며 쓴맛을 봤다”며 “그럼에도 실패를 거울삼아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매 전략 면에서도 애플과 삼성은 차이가 있다. 애플은 세부 모델별로 화면의 크기를 일부 조정할 뿐 1년에 단 한 번 단일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세분화돼 있는 소비자 층을 공략하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프리미엄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정해식 산업분석팀 수석은 “애플의 단일 모델 전략은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단일 부품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구매 협상력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부품 업체의 실적은 크게 달라진다.

정 수석은 삼성에 대해서는 “부품의 수직 계열화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부품을 수급할 수 있다”며 “다만 자회사의 부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무조건 싸게 구매하기 어렵고 영업이익률이 애플보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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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7.


실제로 23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구매 비중은 각각 9.3%와 8.8%로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업계에서의 두 업체의 구매력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비를 많이 쓰지 않은 것도 애플이 높은 마진을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단일 제품만을 홍보하면 되고, 제품 판매를 위해 판매망에 별도의 마케팅비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광고 비용도 통신업체가 부담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애플의 정책은 아이폰의 국내 도입이 늦어진 원인이기도 하다. 2009년 말 아이폰3GS 도입 당시 애플은 통신업체 측에 마케팅비 부담과 판매 수량 담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이런 전략을 통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449억97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전체 영업이익 중 79.2%를 차지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보다 1억대 가까이 많은 3억940만대의 제품을 판매했지만, 영업이익은 83억1200만 달러로 스마트폰 전체 영업이익 중 14.6%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이 조기 단종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피해를 봤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전체 사업에서 총 29조여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이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에도 부품을 납품하며,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맞수인 삼성과 애플은 올해 어떤 실적을 낼까. 정 수석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삼성의 적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출시 초기 디스플레이 색상 등 품질에 대한 이슈를 어떻게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변수다.

두 기업의 진짜 싸움은 애플이 새 제품을 출시하는 가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애플은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으로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후속작을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수년 내에 향후 두 업체가 격돌할 핵심 시장으로는 인도가 꼽힌다. 인도는 아직 저가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고급 제품의 선호도도 자연 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LTE 통신망을 구축하며 시장 파이 키우기에 나섰고, 애플은 중국 외에는 처음으로 대규모 생산공장을 인도에 설립하고 유통점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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