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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시니어·주니어가 만든 점자 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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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s 스타트업 / (31) 닷 ◆

매일경제

김주윤 닷 대표(오른쪽 둘째)가 직원들과 함께 점자 디바이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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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만지면 그날의 날씨, 미세먼지 농도, 뉴스, 그리고 문자메시지를 볼 수 있다. 점자를 통해 전화가 걸려온 이의 이름을 미리 알 수 있고,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전제품들을 활용할 수 있다.

'닷(DOT)'은 이런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워치를 제조하는 회사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친(親)사회적 이미지 덕분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종 스타트업이다. 2014년 용인시 사물인터넷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3기'에 선정되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슬러시(SLUSH) 도쿄 2017'에서 우승했고 포브스는 2017년 선정한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업 제휴를 타진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포스코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2015년 4월 설립됐는데 14개국에서 14만대를 선주문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본질적 성과 외에도 '닷'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발견한 것이 있다. 바로 이 회사의 독특한 조직문화였다. '닷'의 김지호 COO(56)는 "주니어와 시니어의 적절한 조화가 우리 회사 조직의 특수한 문화"라고 소개했다. 종업원의 전체 숫자가 27명인 이 회사에는 환갑을 넘은 직원이 2명(조창환 부사장(61), 이흥준 기술자문(61)), 50대 후반이 3명 근무하고 있다. 중견급 여성 직원도 4명 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에 비해 시니어 비중이 높다. 김 COO는 "주니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 시니어는 세일즈와 엔지니어링을 한다"고 말했다. '닷'에서는 화요일 점심은 사다리를 타서 랜덤으로 짝을 지어 외식을 하는데, 밥값은 회사가 낸다. 주니어-시니어끼리는 싫어도 같이 밥을 먹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갖는다. 김 COO는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도제 관계가 형성되더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니어들이 다른 회사에서는 5년 만에 배울 일을 1년 만에 배우는 압축성장을 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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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들 아이디어 제기와 시니어들 경륜 덕분인지 '닷'은 활발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COO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 50개가 넘는다"고 했다. 마치 화면에 보여지는 화소 '픽셀'처럼 촉각의 기본 단위인 '촉각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특허가 핵심 기술이다. 이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서비스 모델에 대해서도 특허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점자 디바이스를 자판기, 대중교통 등 도시 곳곳에 포함시켜 시각장애인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신개념의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도 있다.

김주윤 대표(29)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대강은 알고 있지만 그 기술을 깊게 활용해 비즈니스화할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현재 비슷한 점자 스마트 디바이스는 부피가 닷워치에 비해 5~7배 이상 크지만 가격은 2000만원 이상이다(닷워치는 현재 국내 옥션 장애인몰에서 33만원에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제품은 6월께 배송 예정이다). 따라서 대기업들도 과감한 기술 개발을 하려 하지 않았다. 시장도 작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00억원 정도가 현재 시장 규모다.

그러나 '닷'은 향후 시장 성장성을 보고 있다. 현재 점자 디바이스 보급률은 5% 미만인 상태라 잠재력이 크다. 디바이스 판매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단위로 점자 서비스가 확대되기 시작하면 현재의 시장 규모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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