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빠진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북적'…카드 거부·불친절 문제
썰렁한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채꽃이 만발한 4월의 제주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없어 좋다"는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카드는 안 받는다"는 상점 주인들의 불친절과 불편한 대중교통 문제는 제주도 관광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유채꽃을 즐기는 관광객들 |
◇ "카드는 안 받아요" 불친절, 불편한 대중교통 개선돼야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제주 국제공항은 내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흐린데도 짐을 찾으려는 사람들,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항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많았다.
제주도에서 만난 내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인으로 붐비지 않아 관광하기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파도에서 배를 기다리던 박 모(38·여) 씨는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해서 회사 사람들이랑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며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중국어도 많이 들리고 시끄럽고 복잡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송악산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 관광객도 "중국인들 발에 안 걸려서 좋다"며 "다 쫓아버렸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같은 내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을 반영하듯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내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 지금은 다시 내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제주도이지만 개선돼야 할 사항도 눈에 보였다.
관광지 일부 가게 등은 불친절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등 관광객 입장에서 충분히 불편할 만한 사항이 있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자가 가파도에 있는 한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두 개 꺼내 들고 카드를 내밀자 주인은 퉁명스럽게 "카드는 안 받는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소액이라 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근처에서 소라나 해삼 등을 파는 음식점에 카드를 받는지 물었다. 그러나 주인은 한 접시에 몇만 원씩 하는 회를 팔면서도 "카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가게 계산대에는 카드 결제기가 설치돼 있었다.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만 여행을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송 모(37·여) 씨는 "지난해 대중교통만으로 제주 여행을 했는데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단체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다"며 "안내문이 잘 돼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이용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고 버스 안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서 '천지연' 폭포를 가려다 '천제연' 폭포로 잘못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으로 붐비는 제주공항 |
◇ 47% 중국 의존도, 35%로 낮춘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중순 이후 자국 여행사에 한국행 상품 판매금지 조처를 내린 뒤 한국 관광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올해 3월2일부터 4월20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9만4천32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5만7천550명)보다 73.6% 감소했다.
그러나 1월1일부터 4월20일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전체 관광객(430만279명)은 내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작년 동기보다 2.3%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7.7%, 중국인 관광객은 33.3% 감소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9.5% 늘어나면서 전체 관광객 증가세가 유지된 것이다. 제주도 관광산업을 내국인 관광객이 떠받치는 상황이 되자 제주도는 적극적으로 내국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선 '봄 향기 4월, 제주로 옵서예'라는 슬로건을 걸고 관광숙박업과 시설 관광지, 기념품업, 골프장, 관광식당 등 도내 861개 업체가 참여해 최대 65% 할인을 해주는 '그랜드 세일'이 현재 진행 중이다.
중앙정부도 국내 관광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 관광객의 비자 요건을 완화한다.
제주도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김해공항에서 환승하는 동남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단체관광객에게 무비자로 5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하반기에 예정돼 있던 동남아 단체관광객에 대한 전자비자 발급을 오는 5월로 앞당긴다.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인도 등에서 문화관광대전을 열어 한국 관광상품을 홍보하고 기업 포상(인센티브) 관광을 늘리기 위해 단체 관광 지원도 확대한다.
내국인의 국내 여행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과 유연근무제 등을 활용한 단축 근무제를 통해 국내 관광을 유도한다. 여행주간에는 고궁, 휴양림, 미술관, 과학관 등의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1천720만 명 중 47%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 비중을 3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중국 시장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이전보다 10% 이상 낮아진 35% 정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위기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체질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궁[연합뉴스 자료사진] |
◇ 아시아인은 명동, 서양인은 고궁 좋아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제주도는 가장 분위기가 달라진 국내 관광지 중 하나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지역이었고,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각국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 만족도가 높은 지역은 관광객의 국적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오는 해외 관광객 중 약 80%는 서울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한국을 방문한 만 15세 이상 외국인 관광객 1만2천8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78.7%(중복응답 포함)로 압도적인 1위였으며, 제주(18.3%), 경기(13.3%), 부산(10.3%)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는 2011년 10.2%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 20%에 육박했다.
중국인들은 서울 방문 비율이 76.2%로 다른 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제주 방문 비율은 32.4%로 가장 높았다. 그만큼 그동안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이 넘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인들의 제주 방문 비율(1.7%)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지역별 관광지에서도 국가별 선호도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전체 관광객들의 방문 1위 관광지는 명동(60.7%)이었고, 2위가 동대문시장(47.5%)이다.
그 외 고궁(34.9%), 남산·N서울타워(32.0%), 신촌·홍대 주변(22.9%), 남대문시장(22.8%), 박물관(21.0%), 인사동(20.3%), 잠실·롯데월드(18.4%), 강남역(18.2%)이 뒤를 이었다.
고궁은 아시아권 관광객 사이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고, 아시아권 관광객에 인기인 동대문시장은 서구권 국가 관광객에게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은 주로 쇼핑을 했고, 서구권 국가 관광객들은 색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고궁과 함께 이태원과 강남역 등에서 활기찬 젊은이들의 문화를 즐긴 것으로 풀이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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