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미국·유럽에 도전장 낸 국산 의료용 고무제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정재학 삼성의료고무 대표가 의료용 고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료용 고무 제품 시장은 해외기업 세 곳이 과점하고 있습니다. 두 곳만 가격인상에 나서도 제약사들에 비상이 걸리죠. 그래서 거래선 다변화를 위해 제약사들이 삼성의료고무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삼성의료고무 본사에서 만난 정재학 대표는 최근 의료용 고무 제품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고무는 의료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주사 용액의 마개, 주사기의 개스킷(용액 등 내용물이 누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마개), 수액 연결관 등이 대표적이다. 혈액 검사에서 채혈한 혈액을 보관하는 채혈튜브의 마개도 고무 재질이다.

의료용 고무 제품은 주로 수입산을 사용해왔다. 삼성의료고무는 의료용 고무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1979년 설립됐다. 일본 업체인 나니와고무공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현재는 자체 특허를 보유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스토퍼(고무마개), 연결관(수액 맞을 때 사용), 채혈관용 마개류, 주사기 개스킷, 라미네이팅 고무전류 등이다.

삼성의료고무는 최근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유럽시장은 세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데 미국 기업이 매출 1조원으로 1위, 유럽의 두 업체가 각각 매출 7000억과 2000억으로 2, 3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점 상태인 시장에서 의료용 고무 제품의 가격 결정권은 이들 세 기업에 있다. 정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업계 2, 3위인 유럽 두 기업이 고무 제품 가격을 25% 인상했다"며 "제약사들로선 달리 대안이 없어 제품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속앓이를 하던 유럽 제약사들에게 돌파구를 제시해 준 것은 삼성의료고무였다. 정 대표는 "삼성의료고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 시장에 의료용 고무 제품을 선보였다"며 "당시엔 우리 제품을 주목하는 업체가 많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결과 우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외국 제약사들은 삼성의료고무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고무마개에 필름을 붙이는 라미네이팅 기술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업계 1위인 미국 기업은 일본기업을 인수하며 라미네이팅 특허를 보유하게 됐고 우리가 두 번째로 해당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특허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이 독점하던 라미네이팅 시장을 우리가 대체할 수 있게 됐다"며 "라미네이팅 제품의 경우 일반 고무마개보다 10~15배 정도 비싼 고부가가치제품으로 고가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료고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협업으로 공정 개선에도 나섰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무 스크랩에 전자선(電子線)을 쏘여 고무 분자구조를 해제한 뒤 다시 생산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삼성의료고무에서 스크랩을 생기원에 보내 전자선을 쏘인뒤 다시 공장으로 가져와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의료용 고무 제품의 경우 깐깐한 검사를 통과해야한다. 안전성 테스트는 비용도 비싸지만 검사기간도 1~2년 가량 소요된다. 정 대표는 "검사비용은 제품을 납품받는 제약사에서 부담하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제약사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납품사를 바꿀 이유가 없다"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품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하던 제약사들이 유럽사들의 고무 제품 가격 인상 이후 삼성의료고무에 먼저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유럽 수액제 생산규모 1위로 매출 30조에 달하는 독일 F사에 우리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 체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제품 승인이 됐고 최종단계인 안전성평가를 진행 중으로 업체 측에서 평가 비용 75만유로(약 9억원)를 전액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입장에선 검사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제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1차 발주 이후 금형을 만들고 생산에 들어가면 본격 납품은 2018년도 연말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일 기업 외에도 7개 외국 기업과 접촉 중인데 우리 제품이 성공적으로 들어간다면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기업들에 우리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의료고무는 안산 반월 시화공단에 위치했던 공장을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로 이전했다. 전 대표는 "1985년부터 안산에 입주해있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공장 부지가 필요해 전곡산단으로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차적으로 유럽 시장에 먼저 집중하고 이후 미주, 특히 남미 공략에 나서려고 한다"며 "올해 7월 이란 공장이 가동되는데 이란 공장을 거점으로 중동과 남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이란은 공장을 열 즈음 핵협상 타결과 함께 시장이 개방되면서 삼성의료고무로선 매우 큰 기회를 맞게 됐다"며 "향후 10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 =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