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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금융권 RG 거부에 신음하는 중소형 조선소..."부분 통폐합 등으로 살릴 것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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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경영난에 처해있는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 거부로 선박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이들 조선사에 간접비 비중 축소 등 추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 조선사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RG 발급 기준이 너무 높아 중소형 조선사들이 고사할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 있으며,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조선사가 기술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어 무작정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중소형 선박은 세계 조선 발주 물량의 60%를 차지한다. 미국 등의 경기회복으로 PC선 등 중소형 석유화학 운반선의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권역을 고려해 일정 부분 통폐합으로 인력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RG 발급을 무작정 거절할 게 아니라 발급 기준을 명문화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조선사 관계자는 23일 “금융권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잣대로 RG를 발급해주지 않아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소 조선소들이 이대로 고사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G는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 환급을 대신 보증하는 계약으로 조선사의 선박 수주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배를 한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성동조선해양은 그리스 선사와 유조선 7척의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총 계약 규모는 2억8000만달러(32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RG 발급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2010년 이후 7년만에 3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인원 감축과 선박 인도로 이뤄진 것으로 추가 수주 없인 ‘흑자폐업’에 직면할 상황이다.

STX조선해양도 RG 문제로 수주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창원시는 이달 초 안상수 시장 명의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기획재정부장관,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에게 보냈다. 창원시는 건의문에서 “STX조선해양이 국내 선사와 탱커 4척, 총 800억원 규모 계약을 협상 중이지만 RG발급 문제로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선박 신규 수주를 위해 필수 요건인 RG 발급을 금융권에서 보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은 이들 조선사가 간접비와 고정비를 더 줄여야 신규 수주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채권단 관계자는 “인건비를 낮춰 운영비용을 줄여야만 신규수주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중소형 조선사들은 선가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수주 감소로 간접비 비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RG 발급 기준선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한다.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선가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수주 가격도 날로 하락하고 있다”며 “채권단과 금융권이 이를 ‘저가수주’로 판단하고 RG 발급을 거부한다면 수주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재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형 조선소의 인원을 추가 감축하라는 것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양승훈 교수는 “중소형 조선소들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국민 자산임에도 금융권이 훗날 책임소재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금융권이 대우조선해양에는 수조원 규모의 지원을 했음에도 왜 중소조선소는 수주조차 막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16척으로 올해 10월이면 일감이 떨어진다. STX조선해양의 수주 잔량은 18척으로 내년 1월까지 일을 할 수 있는 물량이다. 대선조선은 지난달 일본 선사로부터 1척의 화학선을 수주했으나 현재 수주잔량은 13척으로 1년치 일감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대부분 중소형 조선사들은 올해말이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한때 세계 10위권 조선소였던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의 2조7000억원 지원에도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했다. 직영인력은 2500명에서 현재 1460명으로 줄었고, 선박을 건조하는 야드(작업장) 3곳 중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현재 500명 가량인 휴직 인원은 선박 인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대선조선의 경우도 인력이 최대 20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338명으로 줄었다. 경남 사천에 있는 SPP조선은 지난 2월 마지막 선박을 인도하고 사실상 폐업했다. 현재는 20여명의 관리 인력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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