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응답하라 ‘스타1’…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부활 ‘러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공개…올 여름 출시



한겨레

지난 25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소개 영상. 인터넷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스타1)가 올 여름 리마스터 버전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초 공개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지난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오리지널과 브루드워)를 가공해 재출시 하는 게임이다. 1998년에 버전 그래픽이 현대식 유에이치디급(UHD) 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한국팬들을 겨냥해 한국어가 지원되고,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진화한 스타1의 특성을 살려 원작에는 없던 줌 인·아웃 기능을 더했다. 그러나 3개 종족(저그·테란·프로토스)이 전쟁을 한다는 시나리오 구성과 조작법은 바뀌지 않아 사실상 스타1의 부활로 볼 수 있다.

스타1에 대한 ‘아저씨’ ‘삼촌’ 팬들의 향수는 대단하다. 스타 리마스터 출시 소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 인기검색어 코너를 점령하는가 하면, 커뮤니티 등에서는 돌아올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줄을 이었다. 스타1을 두고 ‘21세기 한국의 민속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스타1은 ‘2030’ 청년들에겐 학창시절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스포츠였고, ‘4050’ 중장년들에게는 탁구장과 당구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피시방으로 이끈 취미 활동이었다.

당장 피시방 풍경이 달라졌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즐기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던 지난날과 달리 삼삼오오 모여 스타1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 27일 친구들과 함께 서울 화곡동에 소재한 한 피시방을 찾은 김성찬(29)씨는 “스타 리마스터 출시 소식을 접하자마자 스타1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게임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스타1의 부활은 스타2의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스타1은 전체 누적 판매량의 절반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 2010년 발매된 스타2는 그렇지 못했다. 스타2 흥행부진 속에서도 스타1은 2∼3%대의 피시방 점유율을 지켜왔다. 특히 유튜브·아프리카TV 등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개인방송이 자주 인기를 끄는데, 전직 프로게이머나 유명 BJ(개인방송인)의 스타1 방송은 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로 꼽혔다. 블리자드 쪽에서도 “스타 리마스터 출시 전 한국 커뮤니티와 많은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 스무살이 된 스타1은 한국 e-스포츠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온게임넷’ ‘MBC게임’ 등 게임방송이 케이블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으로 꼽혀왔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팀과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며 게임이 스포츠화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타1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억대 연봉자가 나왔고 연예인·스포츠 스타 만큼이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리던 스타1 프로리그는 ‘광안리 대첩’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인기를 끌 정도였다. 2004년에는 10만 관중이 몰리는 등 같은날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관중(1만5천여명)을 압도하기도 했다.

한겨레

지난 2005년 7월 30일 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국내 최대의 e-스포츠 행사인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약 10만명의 관중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는 SKT 프로게임단이 라이벌인 KTF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도 ‘자타공인’ 게임강국이다. 한국의 스타1 프로게이머들은 세계 대회(WCG) 등에 나가기만 하면 온갖 상을 휩쓸기로 유명했을 정도다. 스타1 외에 다른 게임에서도 대기업 후원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프로게이머들이 늘어났다. 한국의 e스포츠 위상은 스타1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스타1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지난 2010년 스타2가 발매로 개발사의 패치 등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타1 프로게이머들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대기업 후원으로 열리던 대회도 급감했다. 게임방송 쪽에서도 지난 2013년 대회 중계를 중단하며 스타1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e-스포츠계는 ‘대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에 중점을 둬 왔지만 스타1 흥행 때만큼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했다.

스타1 부활 소식이 e-스포츠의 두번째 전성기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 게임방송을 봤던 그때가 그립다. 스타1과 함께 스타리그도 부활했으면 좋겠다”(good*****), “스타리그라는 전 세대의 축제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다”(똘복*****)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 리마스터는 올해 7월께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는 형식으로 유료 발매될 예정이다. 가격 등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