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될 사람 밀어 준다’ 호남의 선택, 탄력받는 문재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캠프 목표 ‘과반’ 훌쩍 뛰어 넘어

다른 권역서 압승 거둘 기반 마련

“본선행 7부 능선 넘었다” 평가도

민주 경선, 국민의당 못잖은 흥행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7일 광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인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입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호남 경선 결과 총 14만2,343표(60.2%)를 획득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그간 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은 주자가 통상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벌써부터 “문 전 대표가 본선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반문정서에도 호남서 대세 입증

문 전 대표는 이날 개표 결과, 22일 실시된 투표소투표 8,167표(65.2%), 25, 26일 실시된 ARS투표 13만3,130표(59.9%), 이날 실시된 대의원 현장투표 1,046표(75.0%)를 포함해 총 14만2,343표(60.2%)를 획득했다. 2위인 안 지사의 4만7,215표(20.0%), 3위인 이 시장의 4만5,846표(19.4%)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문재인 캠프에서 1차 목표로 삼았던 과반을 훌쩍 넘은 수치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60% 이상 지지를 받아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선거인단 214만3,330명 중 이번 호남 경선에 참여한 인원은 23만6,358명(무효표 제외) 으로 11.0%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남이 전통적으로 야권 표심의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호남 표심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문 전 대표 측은 예상했던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캠프는 이번 경선에서 대세론을 주장하면서도, 호남의 민심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호남은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역임했던 지난해 4ㆍ13 총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올리는 등 ‘반문재인 정서’가 뿌리깊은 지역이다. 문 전 대표 측이 개표에 앞서 호남 경선의 목표를 ‘과반’으로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그간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내세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호남 민심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날 결과로 호남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로서 문 전 대표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의 유일한 변수였던 호남에서 60% 득표에 성공하면서 나머지 권역에서도 압승을 거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한국일보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1위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VS 안철수 구도로 급속 재편 전망

문 전 대표의 호남 압승은 향후 당내 경선뿐 아니라 본선에서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할 국민의당을 감안할 때에도 의미가 크다. 민주당 호남 경선 직전인 25, 26일 열린 국민의당 광주ㆍ전남ㆍ제주 경선과 전북 현장투표경선에선 예상치를 크게 웃돈 9만2,463명이 참여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호남의 몰표를 바탕으로 본선에서 ‘문재인의 대항마’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대세론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될 사람을 뽑겠다”는 호남 표심이 국민의당으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탓이다.

ARS투표 중심이었지만 민주당 호남 경선에 참여한 23만여 명 규모도 국민의당의 흥행몰이에 못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문재인 대세론이 초반부터 맹위를 떨치면서 별다른 반전이 없을 경우 내부경선 흥행에는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경선 압승으로 향후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그간 독자노선을 강조하며 비문진영과의 연대론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보수정당 대선주자들이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보수ㆍ중도세력이 ‘반문연대’를 구축할 경우 문재인 대세론에 대적할 유일한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광주=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