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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색깔이 돈"… 장성군, 노란색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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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시티] [4] 도시 곳곳 눈만 돌리면 노란색… '옐로우 시티' 전남 장성

- 435억 투입 '2020 황룡강 르네상스'

공원·화단·벽화 등 노랗게 꾸며… '노란꽃잔치' 올해 100만명 올듯

황미르빵 등 특산물 판매도 연계

요즘 전남 장성군으로 진입하는 도로의 원형 교차로 화단은 겨울을 견딘 샛노란 팬지가 장식하고 있다. 로터리에 설치된 노란 사과 조형물의 전광판에선 '향기나는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 르네상스 시대 장성'이라는 글귀가 흘러나온다.

'옐로우 시티'를 표방하는 장성에선 어디서나 노란색을 볼 수 있다. 도로변 변압기와 가로등은 물론 각종 안내 표지판, 상가 간판, 택시, 쓰레기 수거함, 관용차량, 공공건물 등에 노란 색조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보건소 직원의 가운도 흰색이 아닌 노란색이다. 북이면 사거리 마을은 '빈센트 반 고흐 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처럼 노랑 계열의 벽화 작품 29점이 마을 담벼락에 빼곡히 그려져 있다. 노란색 명함을 내민 조지연 군(郡) 홍보담당은 "컬러 마케팅을 하는 지자체는 전국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올해 100만명 '노란 물결'에 물든다

노란 점퍼를 입는 유두석 군수는 2014년 10월 '옐로우시티 조성 사업'에 나섰다. 2020년까지 사업비 435억원을 투입한다. 민간 건물, 공공 시설물 등을 노란색을 강조해 새로 꾸미고, 11개 읍면에 노란 계열의 공원·화단·벽화·걷고 싶은 테마거리 등을 조성한다. 색채 사업을 관광상품 개발과 먹을거리·특산물 판매 활성화와 연계해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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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공기가 맑다는 장성 축령산 편백숲에서 2015년 7월 건강걷기대회가 열렸다. 당시 참가자들이 장성을 상징하는 노란 티셔츠를 입고 편백숲 오솔길을 산책하고 있다. /장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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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군수는 1992~1994년 영국 유학 시절 세계 최대 정원 및 원예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를 보고 '색채 도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번화가 라 보카(파스텔 색조), 인도 자이푸르(핑크), 스페인 안달루시아(파랑), 그리스 산토리니(순백과 파랑) 등 색채를 관광 자원화에 성공한 세계 여러 도시를 본보기로 삼았다.

장성의 노란색은 황룡강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물줄기가 용의 형상을 닮은 황룡강에는 예부터 누런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제 장성은 1년 내내 부(富)와 안정, 조화, 땅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물든다. 장성군은 12~3월 팬지, 4~9월 메리골드·튤립·금계국·백일홍, 8~10월 해바라기, 10~11월 코스모스·국화 등 연간 노란꽃 82만5000본을 심었다. 황룡강은 대표적인 '색깔 관광지'로 만든다. 2020년까지 강의 5개 권역에 거쳐 공설운동장·생태체험장·습지원·구름다리·꽃동산·정원·둘레길 등을 조성하는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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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벽화 거리 - 장성군 북이면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 벽화 거리. 선명한 색채, 강렬한 붓터치로 유명한 이 19세기 화가의 작품들을 마을 담벼락에 재현한 것이다. /장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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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물결'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10월 황룡강에서 열린 '장성가을 노란꽃잔치'에는 17일간 관광객 72만명이 몰렸다. 전해 첫 행사 5만명보다 14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100만명을 예상한다. 내달 7일 역 앞 음식점 골목 주변에선 '빈센트의 봄'이라는 봄꽃 축제가 열린다. 황미르 빵(노란 용빵)·해바라기빵·벌꿀 아이스크림·꽃차 등 옐로우 시티 관련 농특산품이 선을 보인다. '옐로우 시티'라는 단어는 지난해 말 특허 등록했다.

◇시멘트·소주의 고장에서 색채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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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인접한 장성은 전남의 관문이다. 국도 1호선, 호남선 철도, 호남고속도로가 관통한다. 노령산맥에서 뻗어나온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공기가 맑다. 자연 치유 산으로 알려진 축령산에는 전국 최대 인공조림 편백 숲(779㏊)이 들어서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2년 4월 조사한 결과 축령산 주변이 전국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했다. 또 장성호와 황룡강이 있어 수자원이 풍부하다. 국내 소주 업계 5위 보해양조가 장성읍 영천리에 1990년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지하 천연암반수로 각종 주류를 생산한다.

하지만 대도시와 인접하고도 변변한 지역 선도 산업이 없었다. 1973년 이후 장성읍 진입로에 버티고 있는 고려시멘트 공장이 장성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유두석 군수는 "이젠 색깔이 돈이 되는 시대다. 세계 최고의 노란 색채의 도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장성=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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