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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산업부, 17兆 손실 한마디도 않더니…" "금융위 일방통행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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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해법 불협화음]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주형환 산업부 장관, 대우조선 구조조정 엇박자

금융위가 최대 59조 손실 추산해 5조8000억 지원 결정 내릴 때

산업부는 자체 추정치 안 꺼내 "당시 피해 규모 논쟁 없어서…"

- 갈등의 골 깊어가는 두 首長

금융위 "장관이 회의 잇단 불참", 산업부 "금융위도 자료공유 미흡"

대우조선해양 회생 방안을 둘러싸고 기업 구조조정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산업정책 수장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두 사람 갈등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최대 암초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대우조선이 무너질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손실이 금융위에서 추산한 59조원이 아니라 최대 17조6000억원에 그친다는 내용을 산업부에서 내부 문건으로 작성해놓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두 장관 간 불협화음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는 불쾌한 표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내 회의 과정에서는 그런 내용을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다"면서 "대우조선 부실 지원 문제가 불거질 경우를 대비해 우리는 반대했다는 '알리바이'용으로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피해 규모에 대한 논쟁이 붙지 않아 일부러 그 문제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가) 방향을 정해놓고 따라오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할 게 아니라 서로 터놓고 다양한 견해를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 장관, 부총리 주재 회의 불참

대우조선에 대한 5조8000억원 추가 지원은 지난 21일과 2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됐다. 금융위는 두 회의에 주 장관이 모두 불참했고, 이 같은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골치 아픈 문제에 엮이기 싫고,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21일 열린 '경제 현안 점검 회의'는 과거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대체한 것으로 사실상 대우조선 지원 방안이 결정된 자리다. 참석 대상은 유일호 부총리, 임종룡 위원장, 주형환 장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7명이었다. 주 장관은 이날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혼자 불참하고, 차관을 대신 보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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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는 대우조선 추가 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주 장관은 이날도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나온 정만기 1차관도 산업부가 내부적으로 산정한 대우조선 처리에 따른 피해 규모가 17조원이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관계 부처 실무진에게 내용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금융위는 "회의 직전 '차관 말씀 자료'라는 문건을 받았고, 거기에 17조원 내용이 들어 있긴 했다. 그렇지만 산업부 차관은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산업부는 기업 구조조정 이슈에서 금융위가 독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가 대우조선 구조조정 관련 최종 자료를 지난 19일 임 위원장 주재 회의 하루 전에야 주고, 회계 법인이 대우조선 재무 상태를 조사한 자료도 공유하지 않아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하소연이다.

스타일 너무 다른 두 장관

두 사람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 엘리트 관료다. 임종룡 위원장(58·행시 24회)이 나이와 행시 기수 모두 2년 선배인데, 기재부에서 같은 국, 과에서 일한 적은 없다. 한 현직 장관은 "두 사람은 일하는 스타일부터 개인적 성향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사무관이 만든 보고서를 직접 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본인이 현안을 직접 챙긴다. 주 장관은 "보고서를 들고 가면 서너 번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하들을 강하게 키우는 타입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 장관이 앞서갔다. 2013년 박 정부 출범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발탁됐고, 2016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됐다. 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지만, 박 정부에서는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되면서 공직에서 멀어졌다가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에 기용됐다.

주 장관이 승승장구하는 데 '꺼진 불'이라고 봤던 임 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사령탑을 맡고, 두각을 나타내면서 두 사람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 관가의 관측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다. 당시 보고서 초안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을 전제로 했다. 금융위에서 반발하면서 문제가 됐다. 산업부는 금융위와 달리 "대우조선이 독자 생존 능력이 없다"는 맥킨지 보고서 초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반목하고 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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