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해법 불협화음]
삼성 합병 찬성했다가 곤욕
대우조선 회사채 출자 전환 등 추가 지원 찬성 여부 놓고 고심
열쇠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39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회사채의 29%나 된다. 금융위원회가 구상한 채권자들의 고통 분담 방안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절반을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연장에 동의해줘야 한다.
다음 달 17~18일 이틀간 회사채를 보유한 채권자들이 모여 '사채권자 집회'를 열게 되는데 만약 국민연금이 출자 전환 등 금융위원회가 구상한 고통 분담 방안에 반대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도 각각 1800억원, 1000억원의 회사채를 보유 중이라 연기금의 맏형 격인 국민연금의 방침이 중요한 상황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채권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 추가 지원 방안은 백지화된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만큼 고민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지시로 합병에 찬성해주는 대가로 삼성 측이 최씨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지원에 동의해 3900억원 정도의 회사채의 절반을 뚝 잘라 출자 전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 뜻에 따라 부실 기업을 지원하면서 국민의 노후 자금을 날려 먹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까 걱정하는 표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우조선은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삼성물산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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