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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원도심 찾아 힐링… 대덕특구 사람들의 ‘특별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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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등 원도심 투어 릴레이… 곳곳에 숨겨진 문화 흔적 설명 들어

갑천으로 나뉜 두 지역 정서적 연결

25일 오후 3시 반경 대전 중구 대흥동 옛 충남도지사 관사.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직장이 있거나 인근에 거주하는 과학자 교수 주부 등 10명이 원도심 투어 두 번째 코스인 옛 관사에 왔다. 문화해설사는 한 공간에 이르자 “이곳은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 대덕특구 사람들의 특별한 외출 ‘동행’


“6·25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이승만 대통령이 대전으로 내려와 이 방에 머물면서 각료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유엔군 참전을 요청한 것도, 한미행정협정에 조인한 곳도 여기였지요….”

옛 관사는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관사촌에 있다. 일제가 구현한 근대 고급 관사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동행’이라는 이름의 이날 원도심 투어는 1월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대덕특구의 과학기술인을 중심으로 기업인과 교수, 예술인,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하는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 주선했다. 과학문화의 대중화를 목표로 2013년 발족한 벽돌 한 장은 주로 재능기부 형태의 과학강연을 해왔다. 최근에는 옛 대덕과학문화센터 난개발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임용시스템 개선 등에 목소리를 내며 전문성을 지닌 과학기술시민단체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덕특구는 대전 3대 하천인 갑천을 사이에 두고 기존의 대전 도심과 나뉘어 있다. 갑천을 가로질러 두 지역을 잇는 다리가 지난해 말 더 개통됐다. KAIST와 갑천 네거리를 잇는다고 해서 ‘카이스트교’로 명명됐지만 당초 구상은 ‘융합의 다리’였다. 대덕특구가 조성된 지 2013년으로 40주년을 맞았음에도 두 지역이 정서적으로 융합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지은 이름이었다.

벽돌한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라도 대중과의 접합점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대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원도심 투어’를 정례화했다. 민간 차원에서 두 지역의 ‘장벽 깨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전시도 미처 하지 못한 일이다.

● 힐링에 원도심 활성화까지

이날 일행은 한국 최초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기대어 슬픔을 달랬다는 관사촌 플라타너스 길을 지나 연중 무료 개방하는 이공갤러리로 향했다. 29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임효숙 작가가 반갑게 맞으며 그림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아일보

갤러리 ‘parking’ 앞에서 동행 프로그램 방문객들이 박석신 화백에게서 선물받은 시서화를 하나씩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벽돌한장 제공


다음은 박석신 화백이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parking’. 도중에 방문객들은 대전평생학습원 앞에서 길거리 예술 감상의 기회를 가졌다. 숨바꼭질을 하는 갖가지 모양의 동상이 거리 및 건축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안내를 맡은 잡지 ‘토마토’의 조지영 기자는 지나쳐 버리기 쉬운 공원의 벤치와 골목 담장같이 곳곳에 숨겨진 흔적들을 일일이 찾아내 설명했다. 박 화백은 방문객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시서화 작품으로 만들어 품에 안겨줬다.

마지막 코스는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을 꾸준히 펼치는 계룡문고. ‘책 읽어주는 아빠’로 잘 알려진 이동선 대표와 현민원 이사가 동화책을 직접 읽어줬다. 방문객들은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샀다.

벽돌한장의 정흥채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는 “둔산과 유성, 노은 등이 개발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도심을 이용했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찾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덕특구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시 찾은 원도심은 젊음과 창작혼으로 넘쳐 힐링의 기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원도심 투어는 벽돌한장 회원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 문의 벽돌한장 사무국 010-4021-2646.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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