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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유럽연합 60년]①성장통 '포스트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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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조약 60주년…브렉시트·脫EU 바람

'다양한 속도의 유럽' 두고도 東·西 충돌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5일(현지시간) 창립 60주년을 맞은 유럽연합(EU)이 전례 없는 위기로 고심하고 있다.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하는 '브렉시트'가 사실상 확정됐고, 올해 선거를 앞둔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탈(脫) EU'를 외치는 회의론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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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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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탄생


EU는 1957년 3월25일 체결된 '로마조약'을 시작으로 보고 있지만, 그 조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 만인 1950년 5월9일 프랑스와 서독간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로버트 슈만 프랑스 외무장관의 제안에서 태동했다.

제안은 천천히 그 단계를 밟았다. 프랑스·독일·벨기에·이탈리아·네덜란드·룩셈부르크 6개국은 이듬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했고, 1957년 로마조약을 통해 ECS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을 통합한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세워 1958년 1월1일 공식 출범했다.

현재 EU의 핵심인 유럽 의회의 전신도 EEC에서 갖춰졌다. 각료 회의와 유럽 집행위원회, 의회 총회 등이다.

EEC는 1973년 1월 영국·덴마크·아일랜드가 합류하면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1981년에는 그리스, 1986년 포르투갈·스페인, 1995년 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이 가입했다. 2004년에는 키프로스·체코·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며 회원국 수가 25개국으로 급격히 늘었고, 2007년 불가리아·루마니아 가입에 이어 2013년 크로아티아가 합류하며 오늘날 28개 회원국을 지닌 모습이 됐다.

공통의 통화 '유로화'는 2002년 1월1일자로 유통됐다. 그 전에는 프랑(프랑스)·페세타(스페인)·마르크(독일) 등 각국 고유의 화폐를 사용했으나 환율 등의 문제로 유럽 대륙 내 교역에 문제가 생기자 통합했다. 당시 세계 금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달러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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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의 빅 벤 시계탑을 배경으로 휘날리는 EU 국기.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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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脫EU…흔들리는 60주년

하지만 환갑 잔치를 앞두고 지난 60년간 추구해 온 '통합'의 정신이 뿌리채 흔들리는 모습이다. 영국은 '황혼 이혼'을 선포했고 회원국 곳곳에서는 'EU 회의론'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열린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52대 48로 EU 탈퇴 지지 여론을 확인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는 29일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의미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고 2년 내 탈퇴를 마무리 짓게 된다. 회원국의 EU 탈퇴는 60년 사상 최초로, 지난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직후 피어오른 회의주의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에서 탈EU를 주장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이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오는 4월23일 열리는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1위로 점쳐진다. 결선투표에서는 중도 우파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최종 승리한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르펜 대표가 내세우는 EU탈퇴와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높은 지지를 확인할 수 있다.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처음으로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3년 창당한 AfD는 반이민·반이슬람·반EU가 정책 기조다. 이들은 2015년 난민 개방 정책을 펼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판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아직 희망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엥서 집권당인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을 유지한 덕분이다. 올해 가장 먼저 열린 네덜란드 총선은 유럽을 휘감은 극우 포퓰리즘의 첫 시험대이자, 프랑스와 독일 선거를 가늠한 지표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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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력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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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속도'가 이끄는 포스트 브렉시트

영국이 사라진 EU의 미래를 두고는 '다양한 속도(multi-speed·다중속도)의 유럽' 체제가 논의된다. 브렉시트와 같은 위기가 다시 초래되지 않도록 각 회원국 상황에 따라 통합과 협력의 범위를 다르게 설정하자는 접근법이다.

즉, 모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해 도입했던 오랜 전통은 소수의 회원국이 있었던 과거에나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속도의 발전'을 추구하자는 셈이다.

이 체제를 지지하는 국가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대표적이다. EU 연합군 등의 최장기 목표를 더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일부 국가들이 더 빠르게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통합은 획일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옹호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 동유럽 국가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과거 구소련 국가에 속했던 동유럽 지역은 이 체제가 EU로부터 지원 받는 발전기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는 앞서 "완전히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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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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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양한 속도의 유럽'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며,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럽협회 산하 로버트 슈만 고등 연구소에서 글로벌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브리짓 라판 더블린대학 교수는 "EU는 이미 다양한 속도로 가고 있다"며 "방위와 안보, 국경 통제 부문에서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8개 회원국 가운데 19개국만이 유로화를 사용하며, 비자 면제는 22개국에 한해 이뤄지는 등 이미 EU가 '다중 속도적'이라는 설명이다.

포스트 브렉시트 이후 EU의 존속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전 장관이 당선되고 독일 총선에서 변화가 생긴다면 EU의 두 축인 양국간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브리짓 교수는 "EU는 브렉시트에서 생존할 수 있지만 영국은 장담할 수 없다"며 "EU는 2017년 모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진정한 개혁(reformist reform)'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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