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도르 멜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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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촬영 현장 데오도르 멜피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확인 후 재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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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이경민 영화저널리스트
Q : -이런 이야기가 왜 이제야 영화화된 걸까.
A :
“그러게 말이다. 그게 이 세상의 문제 아니겠나. 축구 선수나 우주 비행사에겐 열광하면서, 역사에 크게 공헌한 수학자나 엔지니어에게는 무관심하다.”
Q : 이 이야기에 끌린 이유는.
A :
“마고 리 셰털리가 지은 원작 에세이를 축약본으로 먼저 읽었는데, 난생처음 본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50년 동안 역사에 숨겨진 인물들이다. 백인과 유색인을 분리하는 ‘짐 크로우 법’이 시행된 미국 남부, 그것도 NASA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업적을 다룬 영화라니 반하지 않을 수 없었지. 꼭 영화화하고 싶었다.”
Q : 당시 NASA가 여성을 고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A :
“1950년대 NASA에서는 수학자를 구하기 어려웠다. 남성들이 사무직 또는 비서직이라 생각해 수학 분야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인 여성 30명으로 구성된 이스트 컴퓨터(East Computer), 흑인 여성 22명으로 구성된 웨스트 컴퓨터(West Computer) 등 두 그룹을 만들었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우주로 가는 데 필요한 수식 계산을 조용히 맡았다.”
Q : 이 영화를 정치적 영화라 생각하나.
A :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영화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스며든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런 문제가 더 무섭다. 우린 더 이상 노예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성별이나 인종 때문에 고용 차별을 겪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 영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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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피겨스 스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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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각각 캐서린 존슨·도로시 본을 연기한 타라지 P 헨슨과 옥타비아 스펜서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A :
“헨슨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 출연했을 때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다. 다른 배우들이 ‘감정의 강’을 갖고 있다면, 헨슨은 ‘감정의 바다’를 갖고 있다고 할 만큼 몰입도와 표현력이 뛰어났다. 누군가의 영혼에 즉각적으로 다가가는 능력이 있다. 스펜서는 우리 세대 가장 훌륭한 배우 중 한 명이다. 타인을 대변해 주는 강력한 여성 대표를 원했는데, 그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다.”
Q : 자넬 모네는 연기 경험이 없었다.
A :
“모네가 맡은 메리 잭슨은 세 명 가운데 선동자(Instigator)이자 불씨다. 미국 최초 우주 공학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스스로 싸워 백인들만 있는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불같은 열정이 있다. 모네를 만났을 때 그런 면모가 느껴졌다. 신선한 사람을 찾기도 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히든 피겨스’의 정신 아닌가.”
Q : 제작과 음악을 맡은 퍼렐 윌리엄스는 어땠나.
A :
“처음부터 아주 큰 힘이 됐다. 평소 페미니즘에 큰 관심이 있었기에 우리 영화와 잘 맞았다. 스크립트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을 냈다. 흑인 캐릭터를 묘사하거나 연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고, 굉장한 의욕과 활기를 모두에게 불어넣어 줬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허비 행콕을 데려와 피아노를 치게 하더니, 킴 버렐, 레일라 해서웨이, 얼리샤 키스, 메리 J 블라이즈를 데려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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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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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혹시 NASA가 ‘흑역사’를 들춰 싫어하지 않던가.
A :
“전혀. 당시 NASA는 짐 크로우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영했다.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차별을 가장 먼저 깨부순 곳도 NASA다. 그들은 그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오류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걸 고치고야 마는 것은 수학과 과학을 하는 이들의 특징이다.”
Q : 연출에 중점을 둔 점은.
A :
“최대한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1960년대에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했다. 많이 연구했고, 실제 캐서린 존슨(98)을 만나 당시 어땠는지 묻기도 했다. ‘교회·직장·집만 오갔다’고 하더라. 그 외에는 무서워서 가지 못했다고. 이 여성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지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
Q : 캐서린 존슨을 실제로 만났을 때 어땠나.
A :
“여왕 혹은 공주를 만나는 듯했다. 정말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 겸손했다. 조용하지만 집중력이 강했다. ‘난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라 하더라. 70대인 딸들과 이 영화를 봤는데, 감명받은 것 같았다. ‘칠판에서 문제를 푼 기억은 나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간 건 기억이 안 나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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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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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메시지는 진중하지만 분위기는 유쾌하다.
A :
“어머니께서 ‘인생에서 울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라고 늘 말씀하셨다. 눈물은 때가 되면 흐른다. 하지만 웃음은 노력으로 얻어야 한다. 이 영화는 인종 차별, 성차별 등 슬픈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서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 아닌가.”
Q : -흑인이 아니기에 촬영 현장에서 어색하진 않았나.
A :
“그렇지 않았다. 나도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고, 미국 브루클린 교외 빈민가에서 자랐다. 내 친구들도 모두 가난한 흑인, 푸에르토리코인, 러시아인이었다. 이 영화는 내게 흑인 이야기라기보다 휴먼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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