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4차 산업혁명시대…기업, 혁신의 빛에 물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기업이 미래다 ◆

매일경제

로봇기술과 인공지능(AI)은 미래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는 모습을 그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재해석하여, 사람의 손과 한국미래기술의 `메소드-2`의 손이 맞닿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한주형 기자]


# UPS는 작년 9월 싱가포르에 3D프린터 공장을 세웠다. 각종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제조하는 공장이다. UPS가 제조업에 나선 핵심 이유는 글로벌 유통망을 장악하게 되면서 축적된 데이터 때문이다. 고객의 주문을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 오후 5시까지 부품을 주문하면 한국 일본 포함 아시아 주요 국가에 24시간 내에 배달할 수 있게 된다. 빅데이터로 재고가 없는 유통업체가 탄생한 것.

# 한때 '전미가전박람회'란 이름으로 불리던 CES. 최근 수년간 CES 주최 측은 행사명에서 '가전'을 언급하지 말아줄 것을 전 세계 언론에 부탁하고 있다. 가전 관련 규모가 날로 축소되고 있어서다.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 자율주행차다. 올해만 보더라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파나소닉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나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 벨기에 접경지역에 위치한 네덜란드 농업기업 '로열페퍼스'. 축구장 12개 크기의 농장에서 연간 약 4200t의 파프리카가 생산된다. 일하는 사람은 55명.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으로 업무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었으며 온실 하나당 태블릿PC 한 대로 제어한다. 파프리카 운반은 무인자동차가 맡고 있다. 네덜란드 농가는 2000년 9만7389가구에서 지난해 5만5364가구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가당 평균 경작지는 20㏊에서 32㏊로 꾸준히 늘었다.

이들 사례에 등장하는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지난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이사장이 주장한 개념이다. 증기기관에 의한 1차산업혁명, 전기와 컴퓨터가 촉발시킨 2차와 3차 산업혁명과 달리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재계의 '핫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빅데이터·3D프린팅 등이 산업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포스코다. 연임이 결정된 후 출장 길에 나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들른 곳은 독일의 지멘스와 미국의 GE였다.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앞선 두 기업을 통해 포스코를 바꾸기 위해서다. 단순한 공장 자동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 기업은 스마트공장에 인공지능이 결합돼 공장 내 문제점을 미리 예측하고 경고해주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는 셈이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미래까지도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좌우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발전만이 성장 정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방안이란 얘기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유엔과 미국 콘퍼런스보드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주요 20개국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5%였다. 이 중 인구 증가로 인한 성장률이 1.7%, 기술 진보로 인한 성장률은 1.8%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래 50년간 상황은 달라진다. 인구로 인한 성장은 연 0.3%에 그친다. 부족한 부분을 기술로 채워넣지 못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현재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아직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매일경제

지난해 UB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순위는 139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일본(12위), 대만(16위)보다 낮고 중국(28위) 러시아(31위)와 비슷하다. UBS는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가중평균해 점수를 산출했다. 그렇다고 좌절하기엔 이르다.

이미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기업 비브랩스와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능형 차량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나서 '딥체인지'란 이름으로 근본적 혁신 방안을 전사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IBM 왓슨을 한국화시킨 '에이브릴' 개발이 대표적 예다.

구본무 LG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경쟁 양상과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에서는 70주년을 맞은 올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R)을 최고의 화두로 삼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며 "4차 산업혁명 바람을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아예 올해 경영방침을 '4차 산업사회 선도'로 정하는 등 빠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