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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검찰 조사 마친 박근혜]작정한 듯 부인, 외운 듯 답변…‘기소 대비’ 조서 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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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록 깬 21시간30분

14시간 신문 내내 최순실 관련 “몰랐다” “본의 왜곡”

이례적 7시간 조서 검토 “검찰 질문 통째 암기 가능성”

경향신문

취재진엔 무표정, 지지자들엔 미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표정 없이 걸어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이후 삼성동 자택에 도착해서는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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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30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귀가했다. 피의자 조사를 받은 역대 대통령 중 범죄 혐의가 가장 많은 만큼 조사 시간도 가장 길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고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외워온 듯 부자연스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검찰청사를 빠져나온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는 밝은 표정을 보였다.

■최순실 연결 부인·조서 검토 집중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신문 14시간 동안 대부분의 혐의는 부인하되 위법 사항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몰랐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인정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 때문에 대한승마협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에 승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였지 특정 개인의 이익 때문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대기업의 체육계 지원은 오랜 관행”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의 범죄에 대해서도 “최씨와 관련돼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본의가 왜곡됐다’는 식의 주장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모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퇴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CJ가 중소 영화 배급망을 장악하고 문화계를 왼쪽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을 뿐 사퇴시키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검찰 조사에 대비하면서 이 같은 답변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외워온 것 같았다”면서 “일부 답변은 문맥상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신문 후 진행된 조서 검토에 7시간이나 걸린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논리가 진술과정에서 잘못 전달됐을 경우 이를 바로잡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에 대비해 진술 조서에 쓰인 검찰 질문을 숙지하기 위해 시간이 걸렸다는 분석도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을 텐데 조서 검토에 7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이례적”이라며 “조서에 나온 검찰 질문을 통째로 외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굳었던 표정 자택 앞에서 밝아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 1층 중앙 현관으로 나왔다. ‘아직도 혐의를 다 부인하는가’ ‘국민께 한말씀 해달라’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기 중인 검정 에쿠스 차량을 탔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 삼성동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7시8분쯤 자택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지자들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박 전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친박계 최경환·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갔다.

<유희곤·박광연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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