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부담 늘어난 제2금융권, 영업 어쩌나

아시아투데이 이선영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카드사 등 제2금융권 고위험대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대출 옥죄기를 본격화하면서 추가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올해 초 세웠던 경영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커지면 금융사들이 대출 취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고 결국 금융소비자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내용을 담은 제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업권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실이 날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놓으면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사 건전성에 미치는 타격은 적어진다. 하지만 대출을 취급하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높아지면 금융사들은 대출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당국은 최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빠른 만큼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015년 23조7000억원, 2016년 44조8000억원 각각 늘었다. 올해 1~2월에도 5조6000억원이 늘면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금융권은 갑작스러운 충당금 부담이 생기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저축은행의 고위험대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률 상향을 6개월 이상 앞당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장 저축은행은 금리가 20% 이상인 고위험대출의 충당금 추가적립률을 기존 20%에서 50%로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15%인 1000만원 대출의 경우에는 200만원만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 되지만, 금리가 22%인 1000만원 대출의 경우 기존 대손충당금 200만원의 50%인 100만원을 추가해 총 300만원을 적립해야 한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중소형 저축은행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지역 기반의 중소형 저축은행의 주고객이 개인사업자나 영세상인이 많은 만큼 고위험대출 취급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 저축은행과 달리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충당금을 더 쌓을 여력이 없어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개인사업자나 영세상인이 주고객인 중소형사들은 이번 정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고위험대출 적용범위를 확대하면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3억원 이상 일시상환대출 또는 다중채무자대출로서 ‘요주의 이하’ 대출을 고위험대출로 분류했다면 앞으로는 2억원 이상 일시상환대출 또는 다중채무자 대출로서 ‘정상’ 및 ‘요주의 이하’ 대출도 고위험대출로 분류해야 한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금융사에 충당금 부담이 생기면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금융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도 이번 건전성 관리 방안으로 고위험대출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다. 카드사의 경우 다중채무자, 캐피탈사는 금리 20% 이상 대출에 대해 추가충당금을 30% 적립해야 한다. 이번 정책으로 카드론 대출 취급도 소극적인 태도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 초 세웠던 경영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당금 부담으로 다중채무자에게 카드론 취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대출이 더 깐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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