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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제2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노림수 攻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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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당이페이 九단 / 黑 저우루이양 九단

조선일보

〈제6보〉(79~89)=바둑에서 가장 짜릿한 부분을 꼽는다면 노림수가 아닐까. 노림수는 파괴력과 타이밍이란 공격의 두 절대 조건을 겸비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 결행하기 전까지는 '비밀 작전' 성격을 띠기 때문에 상대는 위장(僞裝) 또는 기습전에 당한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 그렇다고 노림수를 속임수나 암수(暗手) 등 사술(詐術)로 분류하는 건 잘못이다. 대부분의 노림수는 정확한 수순과 정공법의 산물이다.

막 흑 ▲와 백 △를 교환한 장면. 흑은 '가'로 끼우는 맛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참고 1도 5까지 절단하는 것은 8까지 따로 살아 버린다. 81은 자체로 요충이자 우변 백진에 침투하는 맛을 보는 노림수. 여기까지 미세하지만 흑이 다소 편한 국면이다. 백 82, 84가 또한 상용의 맥이자 노림수였다.

이제 백은 참고 2도 8까지 좌변을 선수로 뚫을 권리를 확보했다. 노림수의 파괴력은 이토록 크다. 하지만 당장 결행하면 좌하귀 백이 약해진다고 보고 보류했다. 노림수 타이밍 잡기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 장면. 88까지 백이 좌하귀를 보강하자 이번엔 흑에게서 89란 노림수가 터졌다. 바둑판 361로(路) 도처에서 노림수의 음험한 눈길이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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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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