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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대한상의 “경제계가 먼저 기득권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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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선 후보에 대한 경제계 제언’ 내용 이례적

일방적 요구 대신 “기업 먼저 변화” 다짐

지배구조·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9대 해법 제시


한겨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경제계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습니다.” “기업부터 바꾸겠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경제계의 기득권 포기를 다짐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고용 이중구조 해소, 성장-복지의 선순환 등 9가지 핵심 과제가 담긴 ‘19대 대선 후보에 대한 경제계 제언’을 발표했다. 경제단체들은 대선 때마다 기업의 일방적 요구를 담은 건의문을 내놨으나, 이번처럼 먼저 기득권을 포기하고 기업부터 변화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적은 없었다.

대한상의는 “금수저가 아니어도 노력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는 한국 경제의 희망이 다시 싹터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경제 주체가 변해야 한다”며 “경제계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일부 기업인들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이유는 불투명한 경영 관행과 불공정 거래, 종업원들 위에서 군림하는 특권 의식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자율적 모범규준을 솔선하여 실천하고, 기업의 잘못으로 국민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질 줄 아는 기업지배구조와 내부 통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경제 재도약의 3대 틀로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을 제시했다. 공정사회를 위해서는 신뢰 회복, 기업지배구조 개선,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를 건의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기업의 경영 관행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경영하거나, 분식회계, 편법 상속,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자금 출연 등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 “경영진 감시·견제장치를 강화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감시 역할이 활성화되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며 “지난해말 제정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행동강령)의 정착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무조건 반대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역할 강화를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와 관련해서는 “전체 임금근로자 1963만명 중에서 사내하청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비정규직이 900만명에 달한다”며 “비정규직이라고 받는 불이익, 정규직이라 당연시되는 기득권을 함께 조정해 높이를 맞추고, 사용자와 노조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정부 역할 재정립, 혁신 기반 재구축, 서비스산업 발전을 꼽았다. 정부 역할 재정립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산업발전 방향을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면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사업 기회 포착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민이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에 대해 보건·의료·교육 등 공공 기초서비스 부문이 민영화될까봐 걱정한다”며 “이런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면서 서비스산업 발전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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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번영을 위해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교육 혁신, 인구충격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소득 3만달러 문턱에 있지만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관심은 개발도상국보다 못하고, 저출산·고령화, 양극화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노인과 육아,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수준은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경제계가 복지 확대를 우려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번 제안에 대해 “이전처럼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얘기하거나 쟁점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떼쓰지 않았다”며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화, 누구나 지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정책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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