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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조환익 한전 사장 “전기 파는 시대 지났다…KT가 경쟁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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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용한 플랫폼 사업자될 것

3540억건의 막대한 빅데이터가 강점

英원전의 도시바 지분 인수 나설 방침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통신사는 낮에는 동지이지만 밤에는 경쟁자죠.”

전남 나주 본사에서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연임이 확정된 조환익 한국전력(015760) 사장은 기대와 달리 무거운 표정이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이후 첫 임기 3년에 이어 1년을 연임했고 재연임 임기 1년을 마치면 한전 역사상 ‘최장수 사장’의 기록을 세우게 되는 영광을 안을 정도라 기쁜 표정을 드러낼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주총이 끝난 이후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유틸리티 산업은 위기다”면서 “이익을 꾸준히 내고, 에너지신산업도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어두운 면이 많다”며 ‘한전 위기’를 한층 부각시켰다. 그는 기자간담회 처음으로 20여분간 원고없이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하며 던진 일성이다.

이유는 이렇다. 최근 5년간 전기 등 유틸리티 기업들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력회사인 EDF는 최근 6년간 영업이익이 14% 줄고 시가총액도 66%나 떨어졌다. 독일의 전기·천연가스 공급회사인 RWE 역시 104%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시가총액마저 68%나 줄었다. 기수변화 대응으로 온실가스를 감축을 요구받고 있고 지진 등으로 원전은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수요도 줄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뉴 플레이어’가 전력산업에 야금야금 침투하면서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 일본은 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전기와 휴대폰, 숙박시설을 묶은 결합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KT(030200) 등 통신사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를 결합해 전기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에너지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조 사장은 “전기팔아 먹고 사는 지대는 지났다”면서 “KT가 스마트에너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누차 강조했다.

한전으로서는 막대한 빅데이터 보유량이 경쟁력이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그 자체로 돈이다. 전국에 깔려 있는 900만개 전신주와 지구 24바퀴를 돌 수 있는 전선에서 연간 3조3370억건의 새로운 정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전력 빅데이터만 3540억건이다.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전력설비 감시 센서까지 부착하면 정보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를 분석해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면 원격으로도 고장이 나기 전에 문제점을 파악해 사전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소비자 전력이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면 에너지 절감 사업도 가능하다. 통신사의 신사업과 만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는 서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력관계를 구축하지만, 서로 경쟁구도에 있는 셈이다.

조 사장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구글 등 글로벌기업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이 시장이 다 먹힐 수밖에 없다”고 경각심을 드러냈다. 최근에 한전과 협력체계를 구축한 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도 한전이 보유한 빅데이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한전의 중심인 전력사업도 포기할 수 없다. 조 사장은 영국 북서부 원전 건설 사업에 진출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시바가 보유한 뉴제너레이션 컨소시엄(뉴젠) 지분 인수 건이다. 뉴젠은 2019년부터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총 3.8GW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사업비만 150억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2024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뉴젠은 도시바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engie)의 합작사인데 원전 사업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본 도시바가 매각할 60% 지분을 인수할 방침이다. 그는 “아직 영국과 일본 정부 사이 협의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 물밑에서 수업이 왔다갔다하며 정보를 얻고 있다”면서 “부채 자본 등 매각 구조가 밝혀지면 가장 빨리 뛰어들 것”이라고 야심을 드러냈다. 지분 인수가 이뤄지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해외 원전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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