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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정치권 향한 재계의 '달라진' 메시지 "흙수저도 성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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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9대 제언 제안…백화점식 탄원서 벗어나 경제어젠더 민·관 팀플레이 강조]

머니투데이

"비정규직 차별 해소, 성장 복지 선순환 확립, 시장 주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50일이 채 남지 않은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정치권을 향한 9대 제언을 내놨다.

눈에 띄는 것은 과거 대선국면마다 일방적인 민원을 100여건씩 쓸어담아 제시했던 백화점식 보따리 탄원을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의 3대 틀을 중심으로 한 9개 경제어젠다로 요약했다는 점이다. 경제단체 제안으로는 이례적으로 진보색채의 정책이 다수 반영된 데도 눈길이 모인다.

먼저 공정사회의 틀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상의는 노사정 신뢰회복과 시장 주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를 제시했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두터운 불신의 벽에 갇혀 있다는 게 상의의 진단이다. 노사정이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와 실적지상주의, 떼법이 판친다는 얘기다.

상의는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해법을 시장에 맡기고 기업은 투명·책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급여생활자 2명 중 1명이 사실상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정규직은 기득권을 낮추고 비정규직의 불이익은 없애는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가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다.

시장경제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일관성과 민간 주도의 혁신기반 재구축,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제시했다. 상의는 특히 '새 정부 신드롬 경계'를 주문했다. 정책시계가 5년이 아니라 10년, 3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기업도 그에 맞는 사업계획을 짤 수 있다는 얘기다.

상의 자문위원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을 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제조업 매출이 3년 연속 줄어들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가 저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해준 것만 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R&D(연구개발) 시스템이 아니라 연구자가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규제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미래번영을 위한 백년대계로 상의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교육혁신, 인구충격에 대한 선제대응을 꼽았다. 상의는 특히 복지분야 정부지출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복지확대에 찬성하면서도 적절 수준의 복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의는 지난달부터 72개 전국 상의를 통해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기업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보수·진보학자 40여명에게 두루 자문을 받았다. 복지 확대와 비정규직 불이익 해소 등 진보색채의 제안이 담긴 이유다. 상의는 "금수저가 아니어도 노력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는 한국경제의 희망공식을 복원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5개 정당 대표를 찾아 이런 내용을 담은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재계의 제언이 한층 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선 실용을 중시하는 박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을 얘기하는 것도, 절박감에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화, 누구나 지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정책, 시장경제 원칙의 틀을 흔드는 투망식 해법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치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후보들이 자칫 '선명성 함정'에 빠질까 우려된다"며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국가 전체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만큼 한국사회와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진단하고 미래비전과 해법을 설정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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