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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박 전 대통령 구속하면…?’ 정치권 여론향배 ‘셈법’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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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수결집? 몰락 마침표? 불투명

불구속하면 촛불민심 반발할지

사회통합 도움될지 가늠 어려워

대선주자들 최대한 말 아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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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기 대선을 앞둔 주자들은 복잡한 셈법에 빠져들고 있다. 당분간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이른바 ‘구속영장 정국’에 휘말리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고민은 결국 검찰이 ‘구속수사’ 또는 ‘불구속수사’를 선택했을 때,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서 출발한다. 전직 대통령의 구치소 수감이 동정론을 키워 보수 결집의 ‘지렛대’가 될지, 아니면 보수층 몰락의 ‘마침표’가 될지 불투명하다. 반대로 ‘불구속수사’가 촛불 민심을 자극해 반발로 이어질지, 아니면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각 정당의 ‘동상이몽’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도 이런 속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더라도 그에 따른 반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대해 미리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혹시 모를 ‘역풍’을 틀어막겠다는 방침이다. 금태섭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한겨레> 통화에서 “구속 여부는 정치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빠르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법리에 따르면 구속수사가 수순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쪽도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문제는 대선주자들이 언급해 영향을 미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문재인 캠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오늘까지 보여준 반성 없는 태도를 보면, 정치권이 ‘구속만은 미루자’는 정무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더라도 보수가 집결할 만큼 민심이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도·보수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민주당보다는 보수층의 반응에 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선 수의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온 나라에 중계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급속히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인해 보수층이 재결집한다면, 중도·보수 공략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구·경북에서 수의 입은 ‘박정희의 딸’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조기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을 의식해 구속수사에 부정적 반응이 많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구속수사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15% 안팎의 강경보수층만 의식해 공개적으로 구속수사를 반대할 수도 없다. 자유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일부 친박계처럼 대놓고 구속을 반대하는 건, 대선 49일을 앞두고 ‘포기 선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박 전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와 참회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당이 불구속을 주장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당내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금 검찰이 눈치 보고 있는 곳은 딱 한군데이다. 그 사람이 구속하라면 하고, 불구속하라면 불구속할 것”이라는 묘한 발언을 내놨다.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든 이를 ‘유력 후보에 대한 검찰의 줄서기’ 프레임으로 몰아가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바른정당은 대선주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티케이(TK)가 기반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불구속수사를 주장하는 반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연을 확장하려는 두 후보의 방향이 각각 ‘보수’와 ‘중도’ 쪽으로 갈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그를 사면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움직일 수 있다”(주호영 원내대표)는 희망 섞인 관측이 등장하기도 했다.

석진환 최혜정 엄지원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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