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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朴 "국민에 송구" 사과했지만…조사실선 혐의 대부분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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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前대통령 검찰 출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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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뇌물수수 등 13개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관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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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9시 35분 서울중앙지검 1001호실.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47·사법연수원 28기)와 마주 앉았다. 이 사건 주임검사인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5일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 고발 사건을 맡은 지 반년 만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문에 앞서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조사실에선 자신의 혐의에 대해 치열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가급적 한 번에 조사를 마치기 위해 질문을 추렸지만 조사 분량이 방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대통령님은" "대통령께서"라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호칭했다. 그러나 조서에는 '피의자 박근혜'로 기재됐다.

뇌물죄 집중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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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40년 지기인 최씨 이야기부터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자 박 전 대통령과 가장 많은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핵심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에 대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씩 분위기가 무르익자 미르·K스포츠재단 등 뇌물 혐의에 대한 조사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고 한다. 검찰은 재단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모은 과정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씨의 존재도 앞서 두 재단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두 재단은 문화·체육 융성을 위한 국정수행의 일환"이라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그의 주장은 확고했다.

조사 시작 11시간 만인 오후 8시 40분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48·27기)가 교대로 투입됐다. 검찰 대표 특수통인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출범한 특별수사본부 1기 때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는 두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한 삼성과 관련해 집중 추궁했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지원하는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이 판단한 뇌물 혐의는 물론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변호인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스쳤다. 이날 조사에는 검찰 출신 유영하(55·24기), 정장현(56·16기) 변호사가 번갈아 참석했다. 옆방에선 손범규 변호사(51·28기) 등 변호인단 4명이 대기했다.

조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대기업 인사 개입을 포함한 최순실 이권 지원(직권남용) △청와대 비밀문서 유출(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모르는 사실"이라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영상 녹화 놓고 신경전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조사 시작부터 '영상 녹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영상 녹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변호인단은 즉각 "녹화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법률상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녹화·녹음할 수 있다. 동의 여부를 물어 부동의한 것인데 이를 녹화 거부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마치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양측 입장은 큰 차이가 없다. 녹화 동의 여부를 물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급 공무원과 정치인, 대기업 고위 임원 등은 녹화 여부를 물으면 동의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녹화를 하지 않아도 변호인이 조사에 입회하면 답변 조작이나 강제 등 피의자 신문의 신빙성이 문제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특본 관계자는 "절차적인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면 실체적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본인과 변호인이 녹화를 하지 않겠다는데 이를 하면 조사 초기부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청사에 도착한 뒤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간부용이 아닌 일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조사에 앞서 조사실 옆 1002호 휴게실에서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검사(52·21기·검사장급)와 10분간 차를 마셨다.

노 차장검사는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뒤 "진상 규명이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수남 검찰총장(58·16기)과 특본 수뇌부는 조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 40분까지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현정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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