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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유력주자 만나는 美…野 안보전략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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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조지프 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만나 한미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흥규 아주대 교수, 안 지사, 통역사, 윤 수석대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사진 제공 = 안희정 대선 예비후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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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야권 대선 주자 측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윤 대표는 21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만났고 22일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인사들과 회동이 예정되어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과는 미국에서 만남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차기 대권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탐색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한·중·일 담당 부차관보를 겸임하고 있는 윤 대표는 현재 부장관과 동아태 차관보가 공석인 미 국무부에서 아시아 담당 최고위급 인사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등 유력 야권 대선 주자들이 어떤 외교 전략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실전 배치에 돌입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배치 반대"를 외치는 현 상황을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와 각 캠프 간 만남에서 어떤 교감이 이뤄지는지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오전 윤 대표는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안 지사를 만나 북핵과 사드 등 안보 현안을 두고 1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번 만남은 안 지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윤 대표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한국의 안보체계가 전략적 한미 동맹 틀 내에 있고 한미 간에 합의한 사드 배치를 존중한다는 안 지사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와 함께 미국 측에 한미 동맹이 중국에 대한 적대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란 기존 입장 역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남에 동석한 관계자는 "윤 대표는 주로 안 지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며 "윤 대표의 한국어가 유창해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미 동맹에 관한 안 지사의 입장에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 소식통은 "전략적 한미 동맹 강화와 사드 배치를 이행하겠다는 안 지사의 입장에 대해 미국 측 외교가 인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22일에는 문 전 대표 외교·안보 분야 핵심 자문역인 서훈 이화여대 교수,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회동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미 문 전 대표가 한미 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 온 만큼 문 전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윤 대표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외교전략과 대북정책 등 여러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에선 외교·안보 정책 담당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윤 대표와 조만간 미국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들은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한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대북 정책에 관한 협의를 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대표와 같은 고위급 인사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야권 후보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드 배치 등 현안이 걸려 있는 미국도 차기 한국 정부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듯하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윤 대표와 야권 대선 캠프의 회동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한 미국대사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대표의 행보가 마치 미국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 측과만 만나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 한국의 정권 교체를 확신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오수현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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