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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바이 코리아' ···해외 투자자들, 각종 악재에도 한국 주식 5조원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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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들어올리는 촛불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올 들어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파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대통령 탄핵 인용 등 헌정사를 흔드는 대형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경제 투자 열기는 더 뜨거워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주식이 인도, 일본, 대만, 중국 등에 비해 매우 싼 데다, 세계 경제 회복의 온기가 확산되며 움추러든 수요가 기지개를 켜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정치 분야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걷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6억 달러(약 5조 1506억 2000만 원)에 달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 기간 중 사들인 주식이 팔아치운 것보다 46억 달러 이상 더 많다는 뜻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대통령 탄핵,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메가톤급 악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우외환의 한국호를 신뢰했다.

해외투자자들이 중국발 사드 한파가 거센 한국경제 투자를 늘리는 배경으로는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싼데다 ▲세계 경제가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영향이 컸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은 9.5로 미국(18), 인도(17), 영국(14), 일본(14) 등은 물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 신흥국 지수의 12.6보다도 월등히 낮았다.

PER는 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구한다. 특정회사의 주가가 1만원이고, 주당 순이익이 1000원이면 PER는 10이 된다. 이 기업을 운영해 낸 이익으로 이 회사를 다시 산다면 몇 년이 걸리는 지 보여준다. PER가 높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음을, 이 지표가 낮다는 것은 그 반대를 뜻한다.

올 들어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한국경제 재평가의 또다른 배경으로 꼽혔다.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국의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중국, 브라질, 러시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전반으로 경기 회복세가 확산되면 이들 국가 국민들의 씀씀이가 커지며 한국산을 찾는 대외 수요도 증가한다.

실제로 수출 주도형 한국호의 수출은 올 들어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2%나 늘어나 5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후 텉털거리던 내수·수출 쌍발엔진 중 한쪽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나한익 노무라증권 시장 스트래터지스트도 이러한 진단에 동의했다. 나 스트래터지스트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석유화학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산업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계속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아 세계경제 회복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큰 점도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 공약을 내건 야당이 권력을 획득하면 마지막 성역으로 꼽히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이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성장 방정식이 흔들리고 벤처·중소 기업이 동반성장하는 혁신형 시스템이 구축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벌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후발 주자들의 성장을 가로막아 선진경제 도약의 핵심인 혁신을 저해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해임되며 정치 부문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힌 점도 또 다른 호재로 꼽혔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마크 모비우스(81) 미국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재벌 구조(chabol system)가 약화되면 더 작은 기업들이 이 기업 집단에 의지하지 않고도 성장하고 번영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서 “대통령 선거가 재벌 개혁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FT도 "한국의 가족운영 기업인 재벌 지배구조를 개혁할 수 있다는 희망은 북한의 점증하는 군사적 위협, 그리고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다툼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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