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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조셉 윤 美 6자수석대표, 야권 대선주자 연쇄 접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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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오후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 면담차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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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야권 대선주자 측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윤 특별대표는 21일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고 22일과 23일에는 각각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측,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측 인사들과 회동이 예정되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측과는 미국에서 만남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차기 대권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탐색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한·중·일 담당 부차관보를 겸임하고 있는 윤 대표는 현재 부장관과 동아태 차관보가 공석인 미 국무부 아시아 담당 최고위급 인사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유력 야권 대선 주자들이 어떤 외교전략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실전 배치에 돌입한 사드(THAAD)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배치 반대"를 외치는 현 상황을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와 각 캠프 간 만남에서 어떤 교감이 이뤄지는지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오전 조셉 윤 대표는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안 지사를 만나 북핵과 사드 등 안보 현안을 두고 1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안 지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윤 대표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한국의 안보체계가 전략적 한·미 동맹 틀 내에 있고 한·미간 합의한 사드 배치를 존중한다는 안 지사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와 함께 미국 측에 한·미 동맹이 중국에 대한 적대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란 기존 입장 역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남에 동석한 관계자는 "윤 대표는 주로 안 지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며 "윤 대표의 한국어가 유창해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미 동맹에 관한 안 지사의 입장에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 소식통은 "전략적 한·미 동맹 강화와 사드 배치를 이행하겠다는 안 지사의 입장에 대해 미국 측 외교가 인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22일에는 문 전 대표 외교·안보분야 핵심 자문역인 서훈 이화여대 교수와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회동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미 문 전 대표가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 온 만큼 문 전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윤 대표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외교전략과 대북정책 등 여러 얘길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에선 외교안보정책 담당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윤 대표와 조만간 미국에서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23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윤 전 대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만날 것으로 보이나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들은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한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대북 정책에 관현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윤 대표의 이런 행보에는 차기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선제 타격을포함해 모든 옵션을 따져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과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강조하는 야권 대선 주자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대표와 같은 고위급 인사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야권 후보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며 "사드 배치 등 현안이 걸려있는 미국도 차기 한국 정부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힐러리 캠프 관계자를 접촉했듯 윤 대표 역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윤 대표의 이런 행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대표의 행보가 마치 미국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측과만 만나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 한국의 정권 교체를 확신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오수현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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