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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주택가·학교 친박집회는 되고, 대통령 비판 집회는 안 되고? 경찰 '이중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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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소환조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서 20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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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3년간 시민들의 생활 평온을 침해하거나 학교 주변이라는 이유로 114건의 집회 금지통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집회 금지통고(561건)의 20.3%에 해당하며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 사유 중 교통소통(295건·52.6%)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경찰이 ‘생활평온침해’나 ‘학교시설주변’을 근거로 집회 금지통고를 많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밀집 지역이면서 바로 앞에 학교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친박 시민들의 집회를 허용하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21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년 전국 경찰 집회 금지통고 현황’을 보면 경찰은 지난 3년간 총 561건의 집회금지통고를 했다. 경찰은 이 중 114건(20.3%)을 ‘생활평온침해’나 ‘학교시설주변’을 근거로 들어 집회 금지통고를 했다. 경찰이 집회 금지통고한 사유 중 교통소통(295건)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생활평온침해’와 ‘학교시설주변’은 집회·시위법 8조5항에 명시된 집회 금지통고 사유다. 집시법 8조5항에 따르면 경찰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와 ‘집회 신고 장소가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집회 금지 또는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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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민들이 자택을 구경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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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뒤 주택밀집 지역인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각종 집회를 열어 소란을 피우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경찰이 다소 관대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자택은 아파트와 연립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주택가 한가운데 있고 바로 앞에는 삼릉초등학교, 언주중학교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경찰 집회 금지통고 기준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 또한 금지통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재정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집회 금지통고 세부내역을 보면 경찰은 삼성동 자택보다 주택밀집도가 덜한 곳의 집회 신청도 생활평온침해를 이유로 집회 금지통고를 했다.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신대 총학생회의 ‘박근혜정부에게 이야기 전달하는 공개질의 기자회견’(2014년5월5일)과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경찰살인폭력규탄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촛불문화제’(2015년 11월11일)를 모두 ‘생활평온침해를 이유로 금지통고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는 박 전 대통령의 자택보다 넓은 도로변에 있고, 청와대와는 약 200m 떨어져 있다.

경찰은 또 지난해 9월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앞 인도에서 열릴 예정인 전국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경지부의 ‘단체협약적용 민주노조 탄압, 말살 자행하는 악질용역회사 태가비엠 규탄 투쟁’과 2015년 5월20일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 정문 건너편 인도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경기지부의 ‘건설 노동자 고용안정 및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도 생활평온침해를 이유로 들어 집회 금지통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앞과 대림미술관 정문 건너편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주변에 비하면 주택밀집지역으로 볼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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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취재진과 충돌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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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경찰은 ‘학교시설주변’이라는 이유를 들어 청운동 새마을금고에서 출발하는 ‘노동자 책임전가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조선노동조합연대 확대간부결의대회(행진)’(지난해 5월23일), 서울 은평구 하나고 정문 앞 40m 지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입시부정 의혹과 학교폭력의혹 진상규명 집회’(2015년 9월11일) 등의 집회를 금지통고했다.

이재정 의원은 “시민의 자발적인 집회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집회 금지통고를 남발하던 경찰이 특정 보수단체와 정치세력의 집회에는 꼼짝 못하는 이중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찰의 이중성이 결국 성숙한 집회시위문화 정착이 가장 크게 저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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