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1 (화)

소탈한 철화청자, 개성 푸르르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호림박물관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 '특별전]

매병·대접·잔 등 다양한 철화청자 214점 모여… 컬렉션 전모 첫 공개

주호민 웹툰 '신과 함께' 기획전도

분명 고려청자인데 맑은 비취색이 아니다. 푸른빛 같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푸름에 가깝고, 검붉은 철사 안료를 써서 빠른 붓질로 무늬까지 그려 넣었다. 우아하다기보단 소탈하고 호방한 풍류마저 느껴지는 이 청자는 철화청자(鐵畵靑磁). 은은한 비색 상감청자가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데 반해 철화청자는 일반 백성들이 주로 사용했다.

조선일보

고려 12세기 청자철화 모란당초문 호(壺), 높이 13.8㎝. /호림박물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 신사분관에서 21일 개막하는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 특별전에 고려시대 철화청자 214점이 모였다. 유진현 학예연구팀장은 "박물관이 1996년 철화청자 특별전을 연 이후 21년 동안 철화청자를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이번에 컬렉션 전모를 처음 공개한다"고 했다. 매병, 대접, 잔, 유병(油甁) 등 다양한 형태, 대담하고 다채로운 무늬 등 철화청자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4층 전시실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관람하는 동선이다. 철화청자 명품을 엄선해 꾸민 4층에선 '청자 장고'가 눈에 띈다. 철사 안료를 몸체 전면에 바른 후 연꽃과 당초 무늬를 대담하게 새기고 여백 면에 백토(白土)를 상감해 문양을 더 돋보이게 했다. 원통형 몸통에 모란 무늬 꽉 차게 그려 넣은 12세기 병은 투박하지만 개성이 넘친다. 3층에선 철화청자를 그릇 형태별로 분류해 보여준다. 병과 주자(注子·주전자), 화분, 합(盒·뚜껑이 있는 그릇) 등 고려 사회 실생활에 철화청자 그릇이 폭넓게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2층 전시실에선 철화청자에 구현된 자유분방한 무늬들을 상감청자와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품은 대부분 고려 12세기부터 13세기 전반의 작품들이다. 당시 고급 그릇이었던 비색 상감청자는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됐지만 철화청자는 전남 해남, 부산, 경기도 용인, 경북 칠곡 등 여러 곳에서 만들어졌다.

조선일보

고려 12~13세기 청자철백화 화문(花紋) 장고, 높이 50.4㎝. /호림박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선 조선 후기 불화 '시왕도(十王圖)'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같이 선보이는 기획전도 21일 개막한다. 제목은 '웹툰 신과 함께로 만나는 지옥의 왕들'. 어려운 불교 회화의 도상을 웹툰으로 설명하는 이색 전시다. 시왕도는 인간이 죽어서 생전에 지었던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인 '시왕'을 그린 그림. 주인공이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 웹툰 장면 옆에 시왕도의 '염라대왕도'를 나란히 전시하는 식이다. 이장훈 학예연구사는 "우리 불교 회화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 웹툰을 통해 친근하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꾸몄다"고 했다. 두 전시 모두 9월 30일까지. (02)541-3523~5



[허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