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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한마디] 지하철 '핑크 카펫' 항상 비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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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공사는 재작년 7월 '임신부 배려석'을 만들었다. 눈에 띄게 하려고 바닥과 의자 등을 분홍색으로 꾸몄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고, 벽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이라고 썼지만 일반인이 염치없이 앉은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여성이나 남성 등 임신부가 아님이 확실한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내가 핑크 카펫을 유심히 보는 이유는 예전에 아내가 어이없이 유산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인천 집에서 서울 친정으로 가는데, 자리가 비지 않아 한 시간 내내 서서 갔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고 하혈할 것 같아 불안했지만,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말을 꺼내지 못해 손잡이에 매달려 애쓰다가 결국 유산하고 말았다. 나는 그래서 임신부가 아닌 게 확실한 사람이 앉아 있으면 "그 자리는 임신부 배려석인데요. 비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한마디하곤 한다. 대부분 머쓱해하며 바로 일어나지만 "임신부 올 때까지만 앉아 있을게요"라며 버티는 이들도 있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 여부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초기 임신부가 당당하게 자리 양보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핑크 카펫은 항상 비어 있어야 한다. 저출산과 출산 장려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런 배려부터 정착되어야 한다.



[김수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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