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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이 만난 사람] MWC서 `넥스트 모바일` 전략 찾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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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넥스트모바일 전략을 말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통신 이용료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탈(脫)통신'이 글로벌 대세죠. 우리가 국내에서 통신 3등이지만 다음 경쟁 무대인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서는 1등을 할 겁니다. '권영수가 와서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7일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에서 권영수 부회장을 만났다. 40년 가까이 LG맨으로 일해오며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을 거쳐온 역전의 노장이다. 그룹 내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1등이 목표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이뤄냈다. 그는 그룹이 2015년 12월 자신을 LG유플러스 수장으로 보낸 것도 '만년 3등을 2등, 1등으로 끌어올려 보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에게도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기술 진화, 광범위한 융합이 펼쳐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문턱은 높았다. 취임 후 줄곧 현장을 돌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매월 분야별 우수 사원과 현장 우수 상담사 등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올해 들어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찾아 글로벌 첨단 기술의 현주소를 익혔다.

권 부회장은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기여해야 할까'를 고민했지만 '월급값' 하자는 심정으로 일하다 보니 이제 내가 어떻게 이 회사를 꾸려나가야 할지 보이고 성과도 나고 있다"며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가 나고 힘이 샘솟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7465억원. 전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첫 7000억원대 돌파다. 홈 IoT 가입자도 55만명을 기록하며 경쟁사를 압도했다. 취임 1년간 성적표는 이처럼 '우등생'에 가깝다.

자신감이 붙은 권 부회장은 이제 '넥스트 모바일'에 꽂혀 있다. 권 부회장은 "미국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가 성장 키워드를 '언캐리어(un―carrier)'라고 하더라. 탈통신이 살길이란 얘기"라며 "통신회사란 고정관념을 깨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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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MWC를 방문한 성과가 있다면.

▷ 버라이즌, T모바일, 보다폰, 소프트뱅크, 차이나유니콤 등 글로벌 통신사 CEO를 모두 만났다. 저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다. 보다폰은 협대역(NB) IoT, 버라이즌은 빅데이터, 소프트뱅크는 벤처 투자 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에서 서로 힘을 합치는 합종연횡이 필요하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가 아주 빠르고 광범위하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도 올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센터를 만들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다.

― 국내 3위 통신사업자로서 추격 전략은.

▷ 통신사들이 이것저것 다른 사업에 손을 많이 댄다. 잘된 것도 있지만 실패한 것도 많다. 중요한 것은 야구로 비유하면 타율을 높이는 것이다. 경쟁사보다 규모도 작고 자금도 부족하다.

경쟁사가 2할을 치면 우린 4할을 쳐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신규 사업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사 수준을 파악하고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1등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면 영원히 3등일 뿐이다. 신규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타율을 높이는 게 우리 전략이다.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수익성 경쟁을 펼쳐야 한다.

―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 인터넷(IP) TV,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이다.

기존 통신 시장은 이제 정체 상태다. 가입자 경쟁에 매몰되지 않겠다. 특히 신규 사업에서 승부를 볼 것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더 멋진 경쟁을 펼치고 싶다.

― 인공지능 분야 성과는 있나.

▷ SK텔레콤과 KT가 먼저 발표했지만 우리도 전략을 짜고 있다. 스피커 형태든 셋톱박스든 올해 인공지능 기기를 선보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비슷한 기능을 갖는 제품이라면 아예 만들지 말라고 했다. 새로운 사업은 1등이 목표다. 여기에서도 경쟁사를 따라가면 무슨 비전이 있겠나. 철저히 차별화할 것이다. 5월부터 하나씩 인공지능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 IoT 분야 비교 우위는 무엇인가.

▷ 경쟁사 방식보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NB―IoT가 기술적으로 훨씬 우월하다. 경쟁사도 결국 NB―IoT 진영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G·5G를 선도하는 게 한·중·일 통신사인데 중국과 일본 통신사 대부분이 NB―IoT를 채택했다. 기술력과 범용성이란 측면에서 이미 NB―IoT가 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LG유플러스는 홈 IoT에서 국내 1위다. 산업용 IoT에서도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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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과와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IoT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이면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다. IoT 분야는 지난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올해는 더 높은 목표를 줬는데 지금까진 잘하고 있다. 홈 IoT 분야는 현재 가입자가 55만명으로 국내 1위이고 올해 목표는 100만명이다. 또 올해는 IPTV에서 수익을 많이 낼 계획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는 물론 콘텐츠와 마케팅도 강화할 것이다.

― 조직문화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

▷ 모든 통신사 CEO의 가장 큰 고민이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사업이 많다. 창의적 문화, 창의적 조직을 만들지 못하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처할 수 없다. 취임한 후 직원들 옷차림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창조적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 조직문화 벤치마킹하는 회사는 어디.

▷ 소프트뱅크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직원들을 보내 배워 오게 했다. 일본 회사라 안 그럴 것 같지만 좌석 배치나 회의문화 등이 철저히 수평적이다. T모바일은 상향식 문화가 강하다. 현장 매니저들이 CEO에게 직보하는 문화다. 톱다운이 아닌 보텀업 방식으로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통신사 CEO로서 본인의 장점은.

▷ 주요 ICT기업 CEO를 비롯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익숙하다.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5G, IoT 등에서 외국 통신사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나카 다카시 일본 KDDI CEO, 딩윈 중국 화웨이 CEO 등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글로벌 '절친'들은 꼭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된다. LG화학에서 배터리를 담당할 때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일본 업체로부터 한국에선 유일하게 납품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전에 닦아 놓은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은가.

▷ 직원들이 소풍가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권영수가 와서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직원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1등을 한 뒤로 세계적 선수들이 한국에서 줄줄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도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매장 암행 결론은 '직원 존중이 곧 고객만족'
광고서 '싸다·빠르다' 삭제…명세서부터 고객중심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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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서울의 한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짙은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암행'에 나선 권영수 부회장이었다. LG유플러스 대표로 발령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지인 민원도 해결해주고 대고객 서비스도 살펴볼 겸 찾은 매장이었다. 권 부회장은 "당시 직원들 고객 응대 태도가 엉망이었다"며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직원이 다른 매장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해당 직원 혹은 사업 부문을 다그치기보다 어디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를 살폈다. 그래서 찾은 답이 '직원 존중'이라는 기치다.

권 부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7000여 명의 전국 판매원, 상담사들이 고객을 만나고 있다"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들이 행복해야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여 고객에게 퉁명스럽거나 불친절하게 대하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며 "회사부터 직원을 존중해야 직원도 고객을 웃는 얼굴로 응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통신사 특유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하나씩 없앴다. 먼저 '가장 빠르다' '가장 싸다' '세계 최초다'라는 말을 광고에서 뺐다. 권 부회장은 "밖에서 보니 통신사들이 서로 잘났다고 경쟁만 하더라"며 "그런 소모적 신경전보다 우리 제품을 쓰면 어떤 점이 편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재무통답게 '디테일'에 강한 면모도 발휘했다.

통신요금 명세서 공란을 활용한 고객만족 서비스가 그런 예다. 단순히 항목별 요금만 기재돼 있는 여느 명세서와 달리 LG유플러스 명세서에는 '휴대폰 소액결제금액 ○○○이 포함돼 있습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폰케어플러스 이용료 ○○○이 포함돼 있습니다' 등과 같은 문구가 친절히 기재돼 있다.

권 부회장은 "고객에겐 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 직원들에게는 소속감 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며 "직원 존중 문화로 1등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자율근무제, 밤 10시 이후 '카톡' 금지, 매달 두 번 조기퇴근제 등을 도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 단위로 하던 실적 집계도 없앴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 고객 응대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서다.

■ 권영수 부회장은…

△1957년 서울 출생 △1975년 경기고 졸업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1년 카이스트 석사 △1979년 LG전자 입사 △1991년 LG전자 미주법인 부장 △2002년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장(사장) △2007년 LG필립스LCD 대표 △2008년 LG디스플레이 대표 △2009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LG유플러스 대표(부회장)

[김규식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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