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변론 ‘정반대’ 풍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자회견 중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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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 측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후진술 내용뿐 아니라 방식에서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소추위원단이 간결하게 핵심만 정리해 1시간15분가량으로 최후진술을 끝낸 것과 달리 대리인단은 300분(5시간)에 걸쳐 탄핵심판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75분간 이어진 소추위원 측의 최후진술은 4명이 역할을 나눠 진행했다. 권성동 소추위원은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가치와 질서가 피청구인(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진술을 마무리하면서도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들로부터 지켜주십시오”라고 말해 방청석을 숙연케 했다.
소추사유 가운데 ‘세월호 참사 7시간’ 부분을 설명할 땐 이용구 변호사가 자료를 내려놓고 재판관들의 눈을 보며 진술하기도 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국정 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인해전술’을 폈다. 15명의 변호사가 5시간에 걸쳐 ‘역대급’ 최후진술을 했다. 이동흡·전병관·이중환 변호사가 2시간에 걸쳐 진술한 뒤에 12명의 변호사가 먼저 진술하겠다고 손을 들고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태극기집회의 주역인 서석구 변호사가 “김평우 변호사가 당뇨가 있어서 건강 때문에 순서를 앞쪽에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변호사도 “순서를 합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중환 변호사가 “합의가 되지 않았다. 재판장님 말씀대로 해달라”고 해 대리인단 내부 갈등이 의심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변론에서 ‘1시간35분’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급’ 진술을 하며 ‘막말 논란’을 빚었던 김 변호사는 이날도 45분에 이르는 최후진술을 했다. 김 변호사는 최후진술을 재판부가 아닌 권성동 소추위원을 보면서 훈계투로 해 국회 측이 “재판부를 보고 말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소추위원 쪽을 보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탄핵소추안 가지고 국어 공부하면 큰일 난다” “국회 애들이 헌재를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을 때려잡으려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비선 실세라는 뜻도 모르는 단어로 대통령을 잡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말을 하다가 이정미 재판장으로부터 “대통령을 잡겠다는 말은 지나치지 않으냐”는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구상진 변호사는 “백지 탄핵소추안을 갖다가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인 그게 재판이냐. 우리가 어떻게 화를 안 낼 수가 있느냐”며 재판관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서석구 변호사는 “북한의 김정은이 2017년 신년사에서 남조선 촛불시위는 전 민족의 반민족 보수 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라고 말했다”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서 변호사는 “촛불집회를 두둔하는 국회의 탄핵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반란”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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