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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예비 유부남 게이머를 위한 결혼 전 꿀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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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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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유부남들의 심금을 울린 광고 (출처=게임동아)


한 게임기 광고의 이 멘트는 수많은 유부남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렸다. 점심을 해결하는 것으로도 벅찬 쥐꼬리만 한 용돈으로는 게임기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갖고 싶은 게임기이나 게임의 구매를 위해서 부인에게 되도 않는 아양을 떨어봐도 마치 돌부처처럼 꿈 쩍도 않는 부인의 몸에서는 사리까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조금씩 아껴서 모아온 용돈과 숨겨둔 비자금으로 게임 라이프를 즐기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 모았다 싶으면 어느새 아내의 생일이고, 각종 가족 행사가 생긴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유부남에게 세상은 박하기만 하다. 세상은 미움받을 용기마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내에게 허락과 용서를 구할 용기를 내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를 내기보다 어렵다.

물론, 간혹 결혼 이후에도 아내와 함께 행복한 게임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유부남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양반임이 분명하다. 당신은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게임 라이프를 확보한 선구자가 있다. 게임 전문 기자 출신으로 혼수로 PS4를 장만한 그는 그의 결혼식 당일보다 PS4의 발매일을 더욱 손꼽아 기다려온 정통 게이머다. 결혼기념일은 까먹어도 PS4의 발매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그다.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며 유부남이 된 이후에도 게임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조언을 기반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 유부남들이 결혼 이후에도 행복한 게임 라이프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꿀 팁을 준비했다.

그리고 조언을 건넨 그는 말했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라이프를 위해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기회"라고.

자 당신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유부남 게이머다. 결혼 이후에도 행복한 게임 라이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먼저 첫째는 당연히 마음가짐이다. 결혼 후에도 평소보다 더 많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먹는 것으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마음먹기부터 시작하자.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총각 시절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당신은 결혼 후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삶을 확보할 수 있다.

마음을 굳게 먹었다면, 곧 아내가 될 사람을 설득해보자. 게임이 낚시나 등산과 달리 밖으로도 나가지 않고 당신의 눈앞에서만 알짱거리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취미 활동이라고, 사랑을 고백했던 당시보다 더 달콤하게 그녀의 귀에 속삭여보자. 혹시라도 아내가 될 사람이 게임이라는 취미를 인정 해주다면 큰 축하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신이 전생에 나라라도 구하지 않은 이상, 당신에게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극히 적다. 차라리 로또를 사보자.

그래서 결혼 이후에도 게임 라이프를 이어가려는 예비 유부남은 이때부터 예비 마누라와 2차 세계대전 당시 못지않은 치밀한 신경전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신이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마음가짐은 크게 먹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콘솔게임과 PC게임을 모두 즐기려고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당신 인생에서 최고의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있다. 일단 하나라도 확실히 하자.

먼저 콘솔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경우다. 콘솔 게임기는 요즘 보통 30만 원 후반에서 40만 원대에 살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취미를 이해하지 않는 예비 마누라에게 게임기를 혼수로 요구한다면 당연히 당신의 요구는 무시될 것이다. 블루레이 플레이어까지 된다고 우겨도 넘어올 가능성은 적다. 그 돈이면 화장품 냉장고부터 공기청정기 등 당신의 마누라가 될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아니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해줄 제품을 충분히 살 수 있다. 당신이 아무리 게임기를 사달라고 졸라봐야 어릴적 엄마처럼 안 사준다. 당신은 마누라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아무리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각 가정마다 어떤 이유로든 PC는 꼭 필요하다. 게임을 즐기려고 하는 자는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자 예비 마누라에게 집에 PC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보자. 그녀도 게임기에 비해 큰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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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는 당신 pc의 핵심 부품이다.(출처=게임동아)


이제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이다. 예비 유부남 게이머는 PC를 구입하는 비용을 아끼자며, 대기업PC가 아닌 50~60만 원 대의 조립 PC를 구매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혹시 당신은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만들었던 20만 원대 조립 PC 사건을 기억하는가? 즐거운 콘솔 게임 라이프를 꿈꾸는 그대라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PC로 게임을 할 생각이 없다면, 당신에게 펜티엄 이상은 사치다. 요즘 CPU가 많이 좋아져서 펜티엄이나 셀러론만 되어도 인터넷, 유튜브, 인터넷 서핑 등은 충분하다.

적당히 20만원 가량으로 PC 사양의 견적을 낸 뒤 마법의 아이템을 하나 추가 해야한다. 유명 PC 판매 사이트는 콘솔 게임기도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게임기를 PC 견적에 추가할 수 있는 마법의 기능이 있다. 마치 콘솔 게임기가 PC의 주요 부품인 것처럼 당당히 견적에 올려 예비 마누라의 허락을 얻고 당당히 구매해라. 당신은 그렇게 콘솔 게임기의 보유를 허락 받았다. 콘솔 게임기의 구입 이후에는 어설프게 게임 타이틀을 구매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 수다. 게임은 아주아주 소장하고 싶었던 타이틀이 아니라면 무조건 DL로 구매해라. 그래야 흔적을 안 남길 수 있다.

아 혹시나 너무 걱정이 되어 추가로 남긴다. 콘솔 게임기를 얻었다고 해도 거실의 TV가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거실의 패권은 마누라가 쥐고 있다. 당신은 작은 모니터로 게임을 플레이야 함을 잊지 말자. 모니터는 꼭 DVI와 HDMI가 연결되는 것으로 준비하도록. DVI는 PC 따위에게주고 HDMI는 당신의 소중한 게임기에 물리자.

자 다음은 PC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한 꿀 팁이다. 결혼 후에도 PC 게임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당신의 뒤쳐진 PC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CPU 업그레이드, GPU 업그레이드도 아니다. 무조건 케이스부터 빅타워 케이스로 바꿔라. 결혼 전에 케이스에 10만 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이 모든 것이 살이 되고 뼈가 된다.

결혼 전 예비 아내를 집으로 초대해 당신의 크고 우람한 케이스를 보여줘라라. 물론 속은 오래된 내용물일지라도, 당신은 이 PC를 결혼 후에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그순간 당신은 이미 예비 마누라에게 합리적인 사람이다. 이렇게 인정받아야 다음부터 당신이 저지를 일을 들키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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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무조건 빅타워로, 집도 차도 괜히 큰게 좋은게 아니다.(출처=게임동아)


케이스는 빅타워로 바꿨지만, 당신의 PC는 너무 구식이다. 최신의 PC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미 PC를 사용하겠다고 말한 시점에서 아내에게 업그레이드를 위한 부품의 구입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 수 없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당신은 고맙게도 결혼식 때 엄청난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동안 뿌린 것이 많으면 거둘 것도 많다. 하지만, 축의금은 법적으로 부모님 돈이다. 예식장 결제하고 신혼여행 가라고 받는 돈이 아니다. 부모님이 그동안 뿌린 것을 거두는 것이 당신의 결혼식이다. 평소 결혼을 앞두고 부터 예비 마누라에게 이 부분을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결혼식날 축의금을 슬쩍 빼돌려야 한다. 특히, 이미 결혼한 유부남 친구들에게 읍소하며 마음을 공략하자. 그리고 결혼식 당일에는 믿을 만한 친구에게 다량의 식권을 주고 친구들의 축의금 따로 모아올 것을 주문하자. 물론 예비 마누라에게는 축의금은 모두 부모님 명의로 받았음을 강조하라.

이제 당신 친구들이 몰래 전해준 봉투 하나하나가 당신 PC의 램이되고 CPU가 된다. 대충 친구 한 명 당 CPU의 2개 쓰레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축의금을 빼돌려 컴퓨터 업그레이드 부품을 마련했을 때 당신 컴퓨터의 CPU가 8개 쓰레드를 넘지 못한다면, 인간 관계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게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 가지 의문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 전에 케이스는 왜 샀는가? 그래야 빼돌린 축의금으로 내부 부품을 바꿔도 케이스가 그대로 이기 때문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이제 마누라가된 당신의 전 여자친구는 당신 PC 속 부품이 궁금하지 않다. 당신은 총각 시절 PC를 그대로 쓰고 있는 양심적인 게이머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빅타워 케이스는 당신의 비자금을 숨길 수 있는 매우 넓고 쾌적한 공간이다. 차도 집도 괜히 큰 게 좋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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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걸리려면 기프트카드를 적극 활용하자. (출처=게임동아)


다음으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경우다. 집에서 하지 말고 출퇴근 길이나 회사에서 몰래 해라. 별도의 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운 난이도다. 다만 결제의 경우 절대 신용카드나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무조건 걸린다. 꼭 오프라인에서 기프트 카드를 구매해 몰래 결제하도록 하자.

결혼 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당신에게 축하를 전한다. 당신은 곧 유부남 됨에도 불구하고 앞선 선배들과 달리 일찍부터 준비한 탓에 결혼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당당히 구축했다. 당신의 어렵게 마련한 PC의 전투력이 궁금하면 'LOL'과 '오버워치'를 플레이할 때 꼭 프레임 표시 옵션을 체크해라 마음까지 뿌듯해 질 터이다.

지금까지 예비 유부남들이 결혼 후에도 게임을 즐기기 위한 팁을 함께 살펴봤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당신의 게임 라이프에는 큰 난관이 온다. 바로 당신 자녀의 탄생이다. 결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아 그리고 혼전 임신의 경우라면, 기사를 봤다는 기억을 잊어버리도록 하자.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다음편은 유부남 게이머들이 살아남는 법으로 돌아오겠다. 그리고 제보도 기다리고 있다. 유부남 게이머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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