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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이 성큼 다가오면서 대선주자 배우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 배우자들이 대선주자의 ‘조연’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러닝메이트’로 진화하는 추세다. 유권자들 또한 선택 기준의 하나로 배우자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여야 주자들의 대선 캠프는 배우자들의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씨의 캠프 내 별명은 ‘호남 특보(특별 보좌관)’다. 그는 지난해 추석부터 7개월 동안 한 주도 빠트리지 않고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민심을 공략 중이다. 특히 자은도와 낙월도 등 이름조차 생소한 섬마을을 잇따라 방문해 주민회관 등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섬마을 어르신들이 이 멀리까지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갸륵해 하신다”며 “반문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부인 김미경씨는 ‘스펙’만으로도 러닝메이트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씨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법대와 스탠포드대를 거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귀국해 서울대 의대 교수로 정착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우리 사회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적 전업주부가 아닌 자기 역량을 가진 정치인의 배우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남편을 도우면서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성평등과 복지 분야에 소신을 밝히며 여심 공략에 나섰다. 그는 22일 안 전 대표와 함께 서울 노원구에서 ‘안철수ㆍ김미경과 함께하는 청춘 데이트’를 진행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워킹맘에게 한권의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워킹맘은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며 “책이 아니라 한편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베이비시터를 주고 싶다”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21일에는 국민의당 인천시당에서 여성 상원들을 상대로 성평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등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 중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는 안 지사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불린다. 안 지사가 학생운동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고, 노무현 정부 초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등 정치적 시련기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안 지사와 드라마 ‘도깨비’의 패러디 영상을 함께 촬영해 화제를 모았고, 언론 인터뷰에도 나서는 등 남편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이재명 성남 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남편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 “과한 면이 있지만 원칙에 위배되는 일을 하거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올곧은 이미지를 굳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아내 오선혜씨는 외부 활동에 나서기보다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하는 그림자 내조형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며 대선주자의 조연으로 인식되던 배우자들이 대선판에 함께 뛰어드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다만 대선 주자와 삶의 궤적을 함께 그려온 파트너로서 배우자들의 언행이 유권자에 미치는 파급력도 한층 커졌다는 진단이다. 이미지전략연구소의 허은아 대표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의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가 재정의됐다”면서 “배우자가 열정적으로 남편을 지지할수록 유권자가 후보에 갖는 호감도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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