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국내선 삼성전자·현대차 거쳐
문재인에 4차 산업혁명 정책 자문
이재명 "세력 많으면 훌륭한 후보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유웅환 박사(왼쪽) 영입을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유 박사는 35세부터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로 근무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첨단산업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와 우리 대기업을 두루 거친, 보기 드문 경험을 갖춘 인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새로운 혁신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유 박사 영입을 통해 강조드린다. 저희 정책자문그룹에 학자들과 실물경제에 종사하는 분들이 함께하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정책공약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유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미국 인텔에서 10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35세엔 수석매니저가 됐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모바일용 반도체 개발에 참여했고, 2013년엔 42세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에 올랐다. 2015년부턴 현대자동차연구소 이사로 옮겨 자동차 전자시스템 및 미래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활동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유 박사는 캠프 합류를 결심한 뒤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유 박사는 이날 회견에서 “10살 막내아들과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지난 몇 개월간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혁명”이라며 “문 전 대표는 제가 반도체 소자부터 시스템까지 경험이 있다 보니 관련 정책 자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면서 미국 시민권자였던 김종훈 전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장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본인이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날 호사카 유지(61)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독도지킴이’로 알려진 호사카 교수는 2003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을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도 현 표창원 의원을 필두로 ‘릴레이 영입자’ 발표에 나선 적이 있다. 문 전 대표 측 인재 영입은 지난 총선에 이어 최재성 전 의원이 총괄하고 있다.
현 정부 초기 ‘미국 시민’ 김종훈은 낙마
유 박사는 통화에서 “여러 채널로 영입 제안을 받았고, 최근에 문 전 대표를 만나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여러 채널’ 중 하나는 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고 한다. 최 전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영입 작업과 관련, 경쟁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세력이 많으면 훌륭한 후보라는 것은 신화일 뿐”이라며 “후보가 조종간을 잡을 역량이 되는가를 따져야지 얼마나 많은 장비를 갖췄는가를 따지면 ‘로보트 태권브이’도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관계자도 “외부에서 유명 인사들을 영입해 선대위 등을 꾸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을 고립시키고, 대선 이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야기시킨다는 것이 안 지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대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좌우 팔을 넓게 벌려 당 바깥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건 당연한 행보”라고 반박했다.
글=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위문희.조문규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