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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월드 톡톡] 파리서 지하철 탈 때는 가방, 코트 안에 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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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과 난민 유입 여파로 대중교통 소매치기 17% 늘어

프랑스 파리에서 20년 가까이 사는 교민 김모(47)씨는 지난달 초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가방을 무릎 위에 뒀지만, 옆 사람에게 다음 역 이름을 알려주는 사이 털렸다고 한다. 김씨는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건 14년 만"이라며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소매치기·강도 등을 당하는 대상은 주로 관광 온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동안은 프랑스 시민들도 소매치기 등 범죄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리의 지하철·버스 등에선 가방을 메고 그 위에 코트를 입거나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프랑스 대중교통에서 발생한 소매치기 범죄는 2015년에 비해 17%가 늘었다. 대중교통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는 12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31명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지갑을 털렸다는 이야기다. 대중교통 내 폭력 범죄도 전년보다 14% 늘었다. 파리에선 작년 5만6887건의 절도·폭력 사건이 대중교통에서 발생했다. 리옹(6801건), 마르세유(4218건)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8~13배 많은 수치다. 프랑스 매체는 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경제난과 난민 유입 등을 꼽고 있다. 실직한 극빈층과 난민이 범죄 유혹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15년 이후 빈발하는 테러 때문에 수천명의 무장경찰과 군인이 수시로 대중교통 수단을 순찰하는데도, 시민 안전이 더 위험해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파리에선 중국인 관광객들이 최루가스를 맞고 2만5000유로(약 3061만원)를 털린 적도 있다. 클레멍(40)씨는 "파리 소매치기 범인들이 (범행을 하다가) 걸리면 그 자리에 물건을 놓고 간다는 얘기는 벌써 옛말"이라며 "파리는 더 거친 범죄와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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