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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세대별 경제행복도…선진국 ‘U자형’, 한국은 ‘미끄럼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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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삶의 만족도, 행복도가 가장 높은 세대는 과연 누구일까? 청년층인가, 중~장년층인가, 노년층인가.

일반적으로 세대별 행복도를 그래프로 그리면 ‘유(U)자형’을 보인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대체로 10말~20대 초반에 행복도가 1차 정점에 달했다가 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것이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최저치로 떨어진다. 10대말에서 나이가 10세 이상 많아질수록 행복도가 5~10%포인트 낮아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하지만 행복도는 40대 후반~50대 초반에 바닥을 친 후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꾸준히 높아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60대에 이르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기록을 뛰어넘는 높은 행복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며, 일부는 그 행복도가 꾸준히 높아져 평생을 거쳐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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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향은 서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책임감, 결혼과 가정 및 자녀에 대한 의무 등으로 행복도가 낮아지지만, 50세를 전후로 이런 것에서 벗어나면서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연금시스템을 비롯한 노후복지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것이 노년의 행복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현대경제연구원이 매 분기마다 진행하는 경제행복지수를 보면 20대를 피크로 계속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의 연령대별 경제행복지수를 보면 20대는 46.5%에 달한 반면 30대는 42.7%, 40대는 37.8%, 50대는 34.7%, 60대 이상은 29.3%에 불과했다. 20대를 피크로 10년 단위로 대략 5%포인트 가까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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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는 경제행복지수로 삶의 총체적인 행복도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선진국이 U자형으로 다가오지 않은 행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면, 한국의 경우는 한마디로 ‘미끄럼형’이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인은 어쩌면 일생을 거쳐 가장 불행한 시간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우울한 생각을 갖게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20~30대의 경제적인 부담이 무겁지 않지만 40대는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의 부담, 50대는 노후준비와 자녀교육의 부담, 60대 이상은 노후준비 부족과 소득 감소 등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행복감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60대 이상은 대부분 은퇴 이후 소득이 크게 감소한 상태로서 ‘노후준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50대 역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노후준비 부족’ 등으로 경제적 행복감이 떨어지는 세대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의 김동열 이사는 “선진국의 경우 연금소득의 안정과 50대 중반을 고비로 업무 및 자녀양육 부담에서 벗어나 행복도가 높아져 U자형을 보인다”며 “한국은 연금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사회관행도 달라 노년층의 행복도가 오히려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특히 “선진국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되면 경제적으로도 독립하지만 한국의 경우 자녀가 분가해도 이전해줘야 할 이전소득 부담이 여전하고 노후준비 미흡으로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행복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선 연금시스템의 확충과 주택연금 활성화, 다수 고령자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밀집형 공공임대아파트 등 노후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등 고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고령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노후소득 확충을 위한 지원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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