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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무박 2일 끝장토론… 스타트업, 이색 면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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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면접, 알고 준비하세요]

현장에서 진행하는 곳 많아

'팬타그램' 출사 나가는 게 면접

자유로운 특성 살린 면접도 다수

지원자와 직원 식사하는 '써티컷'

'여기어때'는 지원자 찾아가기도

조선일보

데일리마켓플레이스는 작년 6월 호텔 지하 연회장을 빌려 '무박 2일' 해커톤 형식 채용 행사를 진행했다. 지원자들이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위). 여기어때는 시간 내기 어려운 경력직 지원자를 위해 '찾아가는 면접'을 한다(아래 왼쪽). 스포카는 작년 11월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 채용 페스티벌에 부스를 차리고 채용을 진행했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창업은 물론 취업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적인 조직 문화, 파격적인 보상 시스템 등이 인기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기출 문제집은 물론 선배 응시자들 면접 경험담이 넘쳐나는 대기업·공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 입사 정보는 찾기가 어렵다. 특히 톡톡 튀는 전형을 통해 직원을 뽑는 곳도 많아 취준생으로선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전형 과정에서 직접 출사(出寫)를 나가거나, 영업 현장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무박 2일 행사를 갖는 곳도 있다. 경력직 지원자의 편의를 위해 인사 담당자가 찾아가는 기업도 있다.
조선일보

◇실무를 직접 경험한다

지원자가 실무를 맛보게 하는 현장형 면접은 대표적인 이색 면접으로 꼽힌다. 쿠폰·포인트 적립 서비스 1위 업체인 스포카는 2차 면접은 영업 직원과 함께 진행한다. 1차 면접을 통과한 10여명은 직원을 따라 카페·식당·만화방·헬스장·미용실 등을 방문하게 된다. 황조은 스포카 PR 매니저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장님을 만나면서 지원자들이 업무에 대해 파악하게 된다”며 “하루 동안 체험을 한 뒤에도 지원 의사가 분명한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때에 따라 1~2명만 지원하기도 하고, 전원이 계속 참여하기도 한다.

모바일 카메라앱 ‘나인캠’을 서비스하는 팬타그램은 면접 때 직접 출사를 나간다. 지원자가 얼마나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과정이다.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도 평가에 들어간다.

핀테크 기업인 데일리마켓플레이스는 작년 6월 해커톤 형식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해커톤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장시간 치열하게 회의하는 일종의 ‘끝장 토론’을 말한다. 박시은 데일리마켓플레이스 대리는 “호텔 연회장을 빌려 무박 이틀 동안 대회를 열고, 실력·인성·열정 등을 평가해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논술 면접에 코딩 시험까지

까다로운 논술 시험을 치르는 스타트업도 있다. 공동 경매 전문 IT(정보기술) 업체인 올윈은 2시간 동안 8개 문항을 풀어야 한다. 한 문항당 분량은 A4 반 장에서 1장 정도다. 논술 평가가 바로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해당 내용은 최종 CEO(최고경영자) 면접 때 중요하게 다뤄진다. ‘올윈의 서비스는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나’, ‘아래 가격을 결정하는 4가지 모델에서 올윈은 이베이, 그루폰과 어떤 차이가 있나’와 같은 문제가 나왔다. 작년 8월 입사한 마케팅팀 서영광씨는 “논술이 있다는 걸 듣고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면서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덕에 CEO 면접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무용 메신저 ‘잔디’를 운용하는 토스랩은 국내 IT 기업은 물론 링크드인, 인텔 등도 채택한 코딩 평가 사이트 ‘코딜리티’를 통해 개발 부문 지원자의 실력을 검증한다. 지원자의 이메일 주소로 회사가 문제 링크를 전달하면 제한 시간 내에 푸는 방식이다. 점수는 자동으로 회사에 통보되고, 70점을 넘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여인욱 토스랩 매니저는 “서류 전형에 이어 곧바로 온라인 코딩 시험을 치른다”며 “여기를 통과해야 팀장과 1시간 동안 심층 면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면접 분위기도 많아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린 전형도 있다. P2P 금융 스타트업인 써티컷은 2차 인성면접을 회사 근처 중국집 등 식당에서 진행한다. 대표와 담당 팀장, 팀원 등 4~5명이 지원자와 밥을 먹으면서 각종 질문을 던진다. 이전 직장과 직무, 취미와 가족 등 주제는 다양하다. 올 초 입사한 이연목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는 “상사가 될지 모르는 분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식사하는 게 긴장도 됐지만, 그래서 더 터놓고 말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숙박앱 업체인 여기어때는 면접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력직 지원자를 위해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지원자 회사 근처 커피숍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면접을 한다. 이재경 여기어때 인사팀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더 잘 꺼내게 된다”면서 “연봉이나 복지 등 딱딱한 분위기에선 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자유롭게 오간다”고 말했다.

국산 화장품을 중국에 공급하는 유통 스타트업 비투링크에선 신입 직원이 직원 채용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장미나 비투링크 매니저는 “직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는 ‘밸류커미티’만을 위한 면접이 따로 있다”면서 “입사한 지 두 달 된 신입 직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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