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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뉴스 투데이] 물가는 치솟는데 연봉은 동결… 더 팍팍해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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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줄고… 물가는 뛰고… 장보기가 무섭다

# 경기도에 사는 주부 이모(42·여)씨는 요즘 마트에서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가격이 급등한 계란은 물론 무, 배추, 고등어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치솟았는데 벌이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수출기업에서 중견 간부로 일하는 남편의 올해 연봉 협상 결과는 ‘동결’이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씨는 “남편 혼자 벌어 네 식구 먹고사는 게 만만치 않다. 외식비라도 줄이려고 웬만하면 집에서 해먹고 있지만, 작년보다 식비가 20% 이상은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서민 물가가 치솟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대에 머물고 있지만, 농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들썩이면서 ‘물가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이씨의 경우처럼 가계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가구들이 많아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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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배추·계란 등 장바구니 물가 급등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3096원으로 평년의 2.4배에 달했다. 지역에 따라 무 1개에 4000원에 팔리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년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농축산물이 수두룩하다. 양배추와 당근, 배추도 예년보다 2배가량 상승했다. 깐마늘과 대파 등 주요 양념류도 30% 이상 올랐고, 최근에는 콩나물 가격도 17%나 뛰었다.

AI 직격탄을 맞은 계란값은 한 판에 1만원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와 수입 쇠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우 갈비와 등심이 평년보다 각각 19.9%, 22.9% 올랐고, 수입 쇠고기도 6~13% 오른 값에 팔리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갈치는 한 마리에 9759원, 마른오징어는 10마리에 2만8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올랐다. 농축산물 가격 인상은 지난해 폭염과 태풍의 영향 때문이다. 수산물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인근 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이 달라지는 등 날씨 영향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당근 등은 대부분 제주에서 나는데 태풍으로 출하량이 급감했다”며 “시설에서 재배되는 물량이 풀리는 봄까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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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활고 가중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데 가계 소득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외 가구’의 소득이 지난해 1∼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분기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 가구의 연간 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맞벌이 외 가구는 동일 가구 내에서 가구주와 배우자가 모두 취업한 경우를 제외한 가구로, 외벌이 뿐만 아니라 1인 가구·무직 등을 포함한다. 맞벌이 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62%에 달한다. 맞벌이 외 가구 소득은 2016년 1분기 -2.6%에 이어 2분기 -0.1%, 3분기 -1.6%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3분기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줄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감소하는 가구의 범위가 점점 확대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가장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분류되는 40대 가구주에서조차 소득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 교수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올라 내수는 위축되고, 내수 위축이 다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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