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노병용 금고 4년·홈플 김원회 징역 5년
"안전성 검증 경시…회복 불가능한 엄청난 피해"
신현우 전 옥시 레킷벤키저 대표(왼쪽)과 존 리 전 옥시 대표. /뉴스1©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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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문창석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6·현 롯데물산 대표이사)에게 법원이 각각 징역 7년, 금고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도중에 회사를 이끌었던 외국계 임원인 존 리 전 옥시 대표(48)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와 '세퓨' 제조사 오모 전 대표(41) 등에 대해 6일 모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금고 4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함께 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돼 기소된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62)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옥시, 세퓨, 홈플러스 세 회사 법인에 대해서는 표시광고법상 양벌 규정에 따라 모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가습기 살균제가 피해자들의 폐 질환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옥시 등 제조사들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조사 임원들의 업무상 과실 역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의 병리·영상학적 소견이 특징적이어서 기존의 다른 질환과 구별되며 여러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가습기 살균제 강제 수거 조치 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제조사들은) 과학적인 근거 없이 강한 흡입독성 있는 농도를 권장 사용량으로 설정했고 '정기적으로 환기하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사용하면 위험하다' 등의 지시·경고도 없었다"며 제품 자체에도 결함이 있어 통상 기대할 만한 안전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확인해본 적이 없다"며 "옥시 측이 해외 연구소에 의뢰한 실험도 제품 출시 후 광고를 위한, 비용이 적게 드는 간단한 실험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대해서는 아예 안전성을 검증할 만한 시설이나 인력이 없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청정제 같은 비식품 제품에 대한 품질, 안전성을 검증할 시설이나 인력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며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검증하는 대신에 옥시 제품이 상당기간 유통됐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믿고 모방하는 방식으로 안전성 검증을 생략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도 안심' 등 표시문구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옥시, 세퓨, 홈플러스 등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된 바 없는데 만연히 제품 라벨에 이 문구를 사용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르는 채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한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출시 전, 출시 후에라도 안전성 확보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비극적 사건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전성 검증을 경시해 결코 회복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신 전 대표 등을 꾸짖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옥시 보고서 조작 논란' 서울대 조모 교수, 수뢰후부정처사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참관하고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건강이 악화되어 119구조대 도움을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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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리 전 대표는 신 전 대표가 물러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코리아 대표직을 맡아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를 이어나갔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재직 당시 제품의 안전성이나 광고 문구가 거짓이라고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접 보고 관계에 있었던 거라브 제인 현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한국 검찰의 소환 요청에 잇따라 불응하면서 본인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의 서면 답변서만 제출해둔 상태다.
또 재판부는 옥시, 세퓨, 홈플러스 등 관계자에게 적용된 사기나 상습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사기판매를 하겠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제품을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런데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막연하게 믿고 있었던 상태로 보이며 일부 임원들은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와 오 전 대표 등 세퓨 관계자, 노 전 대표 등 두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흡입독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옥시, 세퓨,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아이에게도 안심' 등 거짓 광고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옥시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를 177명(사망자 70명), 세퓨 제품의 피해자를 27명(사망자 14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또 롯데마트제품 피해자를 41명(사망자 16명), 홈플러스제품 피해자를 28명(사망자 12명)으로 보고 있다.
이어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3차 피해조사 결과 피해자로 인정받은 35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지난 10월 신 전 대표 등을 추가로 기소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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