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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세계 경제 주름살 펼 때…한국에 드리운 장기침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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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3년 연속 2% 중반 성장할 듯”

미국 금리인상 등 따라 추가하락 가능성


국책·민간 경제분석기관들이 내년 경기 한파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도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내려 잡으며 ‘경기 비관론’에 동참했다. 정부는 공식 전망치로 내놓은 2% 중반 성장도 힘겹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세계 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나, 한국은 장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16~2017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2.6%)를 종전(6월말) 전망값에서 0.4%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고 본 것이다. 유가상승과 가계부채 상환 부담 확대,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고용위축, 부동산 시장 둔화 등을 대표적 악재로 꼽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금리인상이나 통상압력 등 미국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마저 더 위축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전망은 3년 연속 한국 경제가 2% 중반 성장에 머문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경제는 2012년(2.3%)~2014년(3.3%)엔 성장률이 높아졌으나, 2015년(2.6%)부터 2% 중반 정체에 빠져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성장률이 5%를 웃돌던 점을 염두에 두면, 매우 짧은 기간에 성장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장기적으로도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정부는 감추지 않았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후발국의 추격 등으로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한국의 적응도도 낮다”고 진단했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쟁국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경제 전반의 활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회복세를 타는 세계 경제와도 사뭇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보면, 세계 경제는 올해 3.1% 성장에서 내년 3.4% 성장으로 성장폭이 더 커진다.

게다가 민간 연구기관에선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홀로 ‘3% 성장’을 외치던 장밋빛 전망에선 물러섰지만 여전히 현실과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정확한 전망을 한 엘지(LG)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내년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특히 이 기관은 내년 부동산 시장이 식으면서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치고,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봤다. 정부의 내년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증가율 전망은 각각 4.0%, 2.0%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민간기관 연구위원은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0.2%포인트 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전제로 2.6% 전망을 했는데, 정책을 뜯어봐도 0.2%포인트를 끌어올릴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며 “사실상 정치 혼란과 대외 리스크가 커지면 정부도 2% 초반 성장을 내부적으로는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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