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가계 짓누르는 1300조 빚… 한국 경제 위기감 고조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값 하락 겹칠 땐 ‘최악’… 주택 처분 늘면 부동산 악영향/ 32%가 제2금융권에서 돈 빌려… 미 금리 계속 인상 땐 이자 부담 / 최근 5개월간 7조 넘게 순매도… 미 보호무역정책 강화 땐 유출↑

세계일보

'


미국이 금리인상을 결행하면서 한국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금리인상은 당장 가계부채 ‘뇌관’을 터트릴 기폭제로,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빚을 짊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는 혹독한 금리한파에 직면할 수 있다. 미 금리 인상에 국내 금리도 덩달아 뛰기 마련인데 경기 침체로 상환 능력이 떨어진 부실가구의 이자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수 있다. 또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셀코리아’ 바람이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지만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금융 안정에 한층 유의하겠다”고 밝힌 점도 ‘자본 유출’과 ‘가계빚의 질적 악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대표 및 외국인투자기업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미 금리 0.25%포인트 상승하면 외국인 주식투자금 3조원 유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금융시장에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선진국 자금이 금리를 높인 미국으로 대거 유출될 수 있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1년 만기 국채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금은 3개월 후 평균 3조원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달 미국이 재차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에 외국인은 우리 채권시장에서 지난 7∼11월 5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그 규모는 7조6130억원에 달한다.

세계일보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장에서 미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가 먼저 반영된 만큼 당장은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신임 행정부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의 경기 자체가 양호한 데서 비롯된 데다 중국의 경기 지표도 견조해 이들 G2(주요 2개국)의 수혜를 받는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내놓을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따라 자본 유출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강한 보호무역 정책을 들고 나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일보

“대출 서둘러야 하나…”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은행에서 시민이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대출관련 포스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빚 문제 집값 하락과 겹치면 메가톤급 악재


더 큰 악재는 그동안 천정부지로 불어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이다.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서민부터 집단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가계빚 중 9월 말 현재 대출은 1227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금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정금리 비중이 큰 은행권도 10월 말 누적 기준으로 34.6%에 그친다. 게다가 10월 말 현재 가계대출의 31.7%는 이미 높은 수준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다.

세계일보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현재 가계빚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2.5%인 134만2000가구에 달한다. 한계가구란 금융 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주택 등 실물자산 처분 없이는 단기간에 빚을 갚을 수 없는 이들이다. 한은의 시뮬레이션 결과 금리 1% 상승 시 한계가구는 전체의 31.8%인 143만가구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금융·실물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기 힘든 부실위험가구는 111만4000가구에서 117만3000가구로 늘어난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전망대로 내년에 금리를 3번 올린다면 하면 우리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현재 저금리에서도 힘들게 돈을 갚은 가구들은 부채상환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주택 처분에 나서면 부동산 시장까지 악영향이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황계식·염유섭·김라윤 기자 cul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