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런 정페이 총재는 뒤로 물러나
고용 17만명·매출액 600억 달러로 성장
평창올림픽 네트워크장비 공급업체 선정
“중국에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한 명의 시이오 보다 세명의 시이오가 짜내는 아이디어가 더 훌륭하지 않을까요?”
세계적인 통신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화웨이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의 옌 리다 대표는 화웨이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인 순환 최고경영자(CEO)제도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옌리다 대표는 “지난 몇년 동안 화웨이가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한 데는 순환 시이오제도를 채택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옌리다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그룹 대표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후원 약정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화웨이코리아 제공 |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통신(IT)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608억달러이며, 이는 2014년에 견줘 37%가 증가한 수치다. 연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제네바 본부가 발표한 국제특허 신청(2015년 기준)에서 총 3898건의 특허로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 170여개 지사에서 17여만명의 직원이 일한다.
그러나 1987년 중국 선전에서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총재는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부터 순환 시이오 제도를 도입해 부회장 3명이 6개월 동안 교대로 시이오 업무를 보도록 했다. 런정페이 총재는 정책 결정권이 없고 시이오의 결정에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지만, 아직 거부권을 한번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중국 주간지 <신세기주간>은 보도한 바 있다. 세계적인 회사 창업자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혁신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가진 화웨이는 13일 서울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조직위와 네트워크 장비부문 공식 공급업체로 후원협약을 맺었다. 중국 업체인 화웨이가 에릭손·시스코 등과 어깨를 겨루는 업체로 성장한 데 이어, 세계적인 행사인 올림픽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데까지 처음으로 성공했다. 화웨이로서는 뜻깊은 자리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옌 리다 대표는 자부심으로 차있었다. 옌리다 대표는 “순환 시이오 제도는 화웨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제도이며, 이 제도의 도입을 이사회의 임원들이 함께 결정했다”고 했다.
화웨이는 B2B(기업 대상 사업)를 맡는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와 유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캐리어 네트워크’, 스마트폰등을 판매하는 ‘컨슈머 디바이스’ 등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스마트폰은 애플·삼성에 이어 세계시장점유율 3위까지 오르는 등 성장세가 눈부신 곳이다.
옌리다 대표는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4차산업혁명에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 부서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사드 배치가 끼치는 영향 같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고, 화웨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함에 따라 한류 사업 등이 중국에서 얼어붙고 있는데, 하웨이가 한국과 협렵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옌리다 대표는 “평창올림픽조직위와 후원협약을 하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이다. 정치적인 어떤 간섭 요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이 중국 통신 업체인 화웨이가 미국 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막는 등 정보 보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기업은 자신의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책임을 진다. 화웨이가 전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전세계 고객들이 화웨이를 신뢰하고 인정하는 증거”라고 답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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