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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경동나비엔·귀뚜라미·린나이 ‘더욱 치열해지는 보일러 3파전’…연구개발·M&A·공격마케팅 ‘3社 3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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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지난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 현장. 이날 전시장에선 보일러 업체들이 기술력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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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을 맞아 보일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는 국내 보일러 업체 간 경쟁이 유독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2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각각 ‘친환경’과 ‘안전’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고, 그 뒤로 린나이코리아가 바짝 추격하며 ‘3파전’ 구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친환경 보일러인 ‘콘덴싱’ 원조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 중이다. 콘덴싱 보일러는 연료를 태워 물을 데운 뒤 발생한 배기가스를 바로 배출하지 않고 응축시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가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79%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는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보일러와 가스누출탐지기 등 ‘안전’을 키워드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귀뚜라미는 1996년 이후 자체 생산하는 모든 가스보일러에 지진감지기와 가스누출탐지기를 장착해오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올겨울 주력 보일러 제품(R323) 외에 설치 시공자와 사용자 편의를 모두 고려한 가스보일러 신제품(R324)을 선보였다. 기존의 린나이 일반보일러 제품 가운데 R323을 제외하고 크기가 동일하며, 설치 호환성이 뛰어나 어느 현장에서도 교체 시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체들이 각 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빅3’의 실적 변화가 눈길을 끈다.

그간 국내 보일러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였다. 3~4년 전만 해도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3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였지만 최근엔 두 업체 간 격차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실적 기준 귀뚜라미는 매출액 2533억원, 영업이익 67억원, 당기순이익 1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 감소하는 동안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비해 경쟁 업체인 경동나비엔은 매출액 4483억원, 영업이익 208억원, 당기순이익 19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여기에 린나이코리아의 추격이 매섭다. 일본계인 린나이코리아는 지난해 3134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29억원, 107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린나이코리아가 귀뚜라미를 앞선다. 다만 린나이코리아는 전체 매출에서 주력인 가스레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가량이어서 보일러 전문 업체인 경동나비엔이나 귀뚜라미보다 보일러 부문 매출은 적다.

업계에서는 세 회사의 뒤바뀐 실적이 경영 전략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한다. 경동나비엔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귀뚜라미는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았다면 린나이코리아는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 시장은 1~2위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를 린나이코리아가 추격하는 구조”라며 “귀뚜라미 매출이 정체된 사이 린나이코리아가 보일러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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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

▷기술력 높이고 수출 비중 늘린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52억원, 2014년 51억원 등 매년 매출액의 2~2.5%가량을 R&D에 투자했다. 이에 반해 귀뚜라미가 R&D에 투입한 금액은 지난해 22억원, 2014년 18억원으로 경동나비엔보다 적었다.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경동나비엔은 높은 기술력을 쌓았다. 스털링 엔진 탑재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보일러 시스템,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작동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여러 대의 보일러를 연결해 대용량 열원·온수를 공급하는 캐스케이드 시스템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미에서도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내수 시장이 정체된 동안 수출 비중을 늘린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경동나비엔은 전체 매출액 대비 32.8%였던 수출 비중을 2014년 40.6%, 지난해 45.7%, 올해 3분기 말 기준 52.6%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중국(278억원)과 북미(1769억원)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21.8%, 36.5%씩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지난해부터는 유럽(영국)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경동나비엔은 업계 전체 수출액의 71.8%를 담당하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올해 경기도 평택에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서탄공장을 완공하면서 수출 활성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신 설비를 갖춘 서탄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원가율 개선과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

▷M&A로 안정적인 사업구조 구축

대신 귀뚜라미는 여윳돈을 M&A에 투입했다. 귀뚜라미그룹은 올 3월 맥쿼리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강남도시가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한다. 귀뚜라미는 그동안 범양냉방공업(2006년), 신성엔지니어링(2008년), 센추리(2009년)를 잇따라 인수하며 냉난방 설비 역량을 강화해왔다.

이로써 귀뚜라미그룹은 서울 구로·금천·양천구 지역에 독점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됐으며 냉난방 설비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냉난방 기기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부문에서 기술 교류가 용이해 계절적 편차에 따른 실적 악화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 구축에 힘을 싣는 한편 귀뚜라미는 대용량 산업용 보일러인 캐스케이드 시스템, 전기온수기 등 대체 품목도 적극적으로 판매 중. 귀뚜라미가 ‘종합에너지기기회사’를 표방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고 계절에 따른 실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보일러 업계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린나이코리아

▷특판 시장 통해 점유율 늘린다

국내에서는 토종기업에 조금 밀리지만 일본계인 린나이코리아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1974년 설립된 린나이코리아는 가정용 조리기구와 난방기구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기업이다. 가스레인지와 보일러가 주력 사업 부문으로 평가받는다.

린나이코리아는 원래 수익성을 이유로 마진율이 떨어지는 특판 시장 입찰을 자제하는 등 보수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엔 특판 시장에서 저가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보일러 관련 내수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해외 시장 개척 등이 여의치 않자 영업 우선순위에 변화를 준 것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한 특판은 대개 저가 입찰 방식으로 이뤄져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국내 보일러 수요의 대부분이 제품 교체와 신규 아파트 특판에서 나오는 만큼 7~8년 뒤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공격적인 영업 행보 덕분에 린나이코리아는 2014년부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2013년 60억원에 그치던 영업이익(매출의 2.1%)이 지난해 129억원(매출액의 4.1%)까지 뛰었다.

린나이코리아가 교체 시장을 내다보고 저가 수주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가스레인지 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2013년부터 가스레인지 과열방지장치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올랐고 린나이코리아 이익도 덩달아 개선됐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6호 (2016.12.07~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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