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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시계제로' 한국경제…가계·기업 더 움츠러드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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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분기 들어 기업·가계 경제심리 냉각

"탄핵안 가결, 경기 둔화·정책 공백 가능성"

내년 경제성장률 2% 중반대도 어려울수도

정책당국 비상…"경제 확실하게 챙기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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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우리 경제가 예기치 못한 정치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

탄핵 정국은 돌발 변수인 ‘최순실 게이트’가 도화선이 됐는데, 탄핵안 가결은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긴 것뿐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와 최순실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는 ‘본게임’ 대선과도 맞물려 있는 이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치의 계절’이 불가피하고, 우리 경제는 ‘시계제로’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2% 중반대 성장률이 힘겨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 리스크에 떠는 가계·기업

11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외 정치 리스크가 본격화된 올해 4분기 이후 기업의 경제심리는 냉각되고 있다.

이는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8월 당시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 반전했으나, 9월(-4.0%)과 10월(-4.9%) 들어 다시 침체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 첨병인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건 경기 반등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해석해도 과하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비투자 선행지표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침체 국면이 장기화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계 수주액 증가율은 10월(-3.5%)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도 9월 -5.7%로 마이너스(-) 전환한 이후 10월(-6.3%) 그 폭을 더 키웠다.

앞으로 정치가 온 나라를 휘감으면 이런 불황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관련돼 있다. 주요 대기업집단들은 이미 탄핵·대선 정국이 계속되는 와중에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사업재편 등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보수적으로 실행하려는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 재게의 ‘경영 시계’가 멈추면 경제 반등도 그만큼 요원해질 수 있다.

소비 상황도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재수입액 증가율은 8월 8.3% 수준을 보이다가, 10월 들어 1%대로 급락했다. 소비재수입액은 향후 소비 경기의 방향성을 알려준다. 아직 단정은 이르지만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주원 실장은 “4분기에 들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급랭시키고 있다”면서 “실물 경제가 침체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워은 “탄핵안 가결이 경기 둔화와 정책 공백 등의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 직후 “이제 더이상 혼란은 없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지만, 경제계의 기류는 이와 온도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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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시 경기 하방 위험”

더 큰 우려는 장기화 가능성이다. 이미 꺾인 경기 하락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 중인 정치 일정 자체가 상당하다”면서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가를 보고 받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는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지지만, 현실적으로 둘을 따로 떼놓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건 쉽지 않다. 정치권이 정치 이벤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인 것이다. 다만 이마저 대선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나라 밖 정치도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에 더해 유럽 주요국의 고립주의도 떠오르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도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 일각에서는 내년이 경제성장률 기대치가 당초 3%대에서 2%대로 내려오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 상황은 계속해서 가라앉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게 거의 없다”면서 “내년 성장률은 2% 중반대도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 챙기겠다”…정책당국 비상

경제정책을 챙기는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느 때보다 숨가쁜 주말을 보냈다. 유 부총리는 이날도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관계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확실히 챙겨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모든 권한 관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혼란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긴급 금융위 금감원 합동 시장점검에 나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흔들림 없이 시장 신뢰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총재는 탄핵안 가결 직후인 9일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연데 이어 전날 오전에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 총재는 한은 집행간부들에게 “최근 국내 정치 상황뿐만 아니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 등을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책당국은 탄핵안 가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한 뒤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침을 확인한 후 재차 긴급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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