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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불황은 빈곤층부터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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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층 임금 1년새 25.8%↓

全가구 소득은 0.7% 늘어 대조

"구조조정에 일용·임시직 직격탄"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경기도 양주시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9)씨는 내년 2월 기간제 직원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 대신 일용직으로 대체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상시 직원을 둘 필요성이 없어져서다. 이씨는 “기존 직원 근무 시간을 늘리고 일용직도 필요할 때만 잠깐씩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한파가 저소득층부터 습격하고 있다. 구조조정, 소비 부진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영업도 어려움을 겪으며 제도적 보호가 취약한 계층이 불황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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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국내 소득 하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4만 1444원(2인 이상 가구 명목소득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104만 4042원)보다 9.8% 줄었다. 올해 1분기에 1년 전보다 4.4%, 2분기에는 10.7%가 감소하더니 3개 분기 연속 소득이 쪼그라든 것이다. 극빈곤층에 속하는 이 계층 소득은 2013년 2분기(-2.3%) 이후 10개 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가파른 감소세로 급반전했다.

특히 월급·상여금 등 근로소득이 지난해 3분기 32만 4960원에서 올해 3분기 24만 966원으로 1년 새 25.8%나 급감했다. 2003년 통계 조사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사업소득도 같은 기간 16.8%(14만 2924원→11만 8896원)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이런 ‘소득 절벽’ 현상은 하위 10%를 포함한 저소득층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소득 하위 10~20% 계층의 월평균 소득도 1년 전보다 3.8% 줄었다. 하위 20~30%는 1.4%, 30~40%는 0.4% 각각 감소했다. 그 위 계층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0.7%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올해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하면서 일용·임시직 등 취약한 일자리가 가장 먼저 악영향을 받고 있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3분기)의 경우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이 0.8% 줄 때 상위 10% 소득도 4.2% 감소하는 등 소득 부진 양상이 함께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는 주로 약한 계층을 때리며 소득 양극화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들어 저소득층 소득이 유난히 많이 감소해 지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관련 대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내놓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빈곤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지원 방안 등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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